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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칙한 하늘이 감흥 없이 느껴지던 어느 날. 발끝으로 느껴지던 겨울은 신발 안까지 파고들었다. 얼어붙을세라 발가락을 꿈틀거리며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고 있었다. 아래로 떨어져 파랗게 질려버린 신호등 속 사람은 어딜 가려 저리 급하게 몸을 틀었는지.
여전히 겨울이다. 이유 모를 추위가 우리 삶 속에 파고들어오는, 바로 그 겨울이다. 매번 어김없이 찾아오는 겨울은 왜 이리 부지런한지. 한 번쯤은 그냥 지나칠 법도 한데. 가끔은 겨울이 미워지곤한다. 좋은 경험만 하며 살아갈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서도 나는 여전히 삶이 낯설게만 느껴져 이 추위가 언제쯤 끝이 날 지 어디까지 움츠려들어야 할지 아득하게 다가온다.
삶의 목적이 아니라 삶이 목적이었다. 따뜻함을 찾아내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따뜻한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 우리가 있었던 거였나 보다. 점점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말을 믿고 싶다던 너의 말은 여전히 촛불처럼 가녀린 온기를 유지하고 있다. 그날의 우리는 오늘과 같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나오기 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장면들을 어떻게 설명하랴.
당신과 나,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없는 희미함 속에 헤매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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