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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분류의 폭력성 트렌드에 대한 주제가 던져질 때마다 'MZ 세대'라는 키워드 또한 함께 떠오르고 있다. 여기서 표현되는 'MZ 세대'란 80년대 초반 출생부터 00년대 초반 출생까지를 아우르고 있는데, 현재 이들의 범위는 한국 나이 기준 1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까지이다. 누군가는 우스갯소리로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하지만 세상은 더 빠르게 변하고 있어 이것도 벌써 옛말이 되어버렸다. 빠르면 3~5년 사이에도 꽤나 많은 변화들을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세대 분류라는 명목하에 30년 정도의 긴 시간 동안 태어난 이들을 하나의 세대로 묶어 하나의 명칭으로 정의해버렸다. ​ 굳이 세대를 나눠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세대를 분류하는 행위는 기성세대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기존 자신들.. 2021. 11. 9.
네 말의 온도차에 감기가 걸린 거야 오랜만에 홀로 맞이하는 휴일이다. 이게 얼마 만인가 싶은 생각에 양팔을 한껏 위로 끌어올렸다. 분명 채우는 시간보다 그 시간들을 정돈하고 다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외면해왔더랬다. 무엇에 이리 치여살았는가 한숨을 내뱉으면서도, 또 그럴 수밖에 없는 시기임을 알기에 내뱉었던 숨을 다시 들이켰다. ​ 여유 없는 삶을 바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 보면 그 누구도 여유 없는 시간을 오래 즐길 순 없는 거였다. 그럼에도 이 순간들을 견뎌내려 하는 이유는, 이 시간 후에 찾아올 무언가를 기대하기 때문일까. ​ 때때로 아득해지곤 한다. 내가 기대했던 무언가에 대한 희망 하나만으로 기약 없는 기다림을 버텨낼 수 있을까. 그러면서도 오늘도 기계적으로 책상 앞에 앉아버렸다. 습관적으로 아이패드를 켜는 나.. 2021. 11. 8.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우리는 무얼 위해 이렇게나 열심히 살아가고 있나. 고작 100년도 되지 않을 시간을 누리기 위해 나의 전부를 갈아 넣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생각이 문득 머릿속을 스친다. ​ 야속하게도 우리가 어떤 시기를 겪어내고 있든 시간은 흘러간다. 이렇게나 무정한 시간 끄트머리를 붙잡고선 정신없이 흘러가다 보면 그 끝이 있을까. 밀려드는 막연함에 잠겨버리곤 한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겐 절실할 시간일 테니. 그들의 절실함을 따라 꾸역꾸역 붙잡고 있던 손이 끊임없이 저려온다. ​ 결국 우리는 잘해봐야 시체가 될 뿐이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아무리 발악을 한다 한들 결국 우리는 시체가 될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삶을 더 나은 삶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숫자로 매겨지는 가치를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까... 2021. 11. 3.
2021. 10. 월간 글노트 벌써 올해 달력이 두 장밖에 남지 않았다. 아쉬움이 묻은 연락이 흘러오는 걸 보니 연말이 다가오고 있구나. 시간이 빠르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지나간 숫자는 기억 속에서 듬성 거릴 뿐이다. ​ 내가 주인공인 줄 알았던 어린 시절을 지나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 아닐 수 있음을 깨달아버린 지 오래. 따뜻한 것들만 보면 왜 그리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던, 그래서 스스로 얼음인 줄로만 알았다던 문장에 덩달아 흘러내려버렸다. 어쩌면 나도 따뜻함을 그리워하는 얼음이었나 보다. ​ 돌이켜보니 그리 자유롭지 않은 시기임에도 부지런히 무언가를 끄적였다. 몇 번의 계절이 변하는 동안 좁아져가는 세상에 덩달아 마음이 급해져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했더랬다. 그럼에도 뿌듯함보단 허전함이라는 감정이 채워지는 이.. 2021. 11. 2.
영화 :: '라붐(La Boum)' 후기 ​ ​ 낯선 곳에서 마주한 너는 설렘이었다. 네가 나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설레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너의 무엇이 그렇게나 좋았던 걸까. 나는 너에 대해, 너는 나에 대해 알아갈 수 있던 부분이 많았기에 우리는 서로에게 끌렸던 걸지도 모른다. ​ 네가 있기에 발걸음을 옮겼던 그곳에서 너를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지루함만 남은 이 공간에서 다시금 너를 마주했을 때의 그 음악을 언제쯤 잊을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가 이어지는 시간 속에서도 함께할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던 미래로부터 밀려오던 두려움과. 그럼에도 너와 함께하고 있다는 설렘에 중독되어갔다. ​ 그렇게 나는 카불에 다다랐다. 단지 너를 볼 수 있다는 희망 하나만으로 나는 비행기에 올랐지만 현실은 의외로 냉정했더랬다. 나의 마.. 2021. 11. 1.
나만의 시간은 나만의 공간에서 흘렀다 아침저녁으로 차디찬 공기가 옷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다. 코끝이 시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문득 겨울이 왔다는 걸 깨달을 정도의 차가움이다. 낮은 건물들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에, 진짜 겨울이 왔구나. ​ 집으로 가는 건너편 신호등의 빨간 불빛을 보며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때 물들어오는 모닥불 향이 스치면서 알싸한 공기가 잊고 지냈던 크리스마스를 추억하게끔 한다. 아직 캐럴도 들려오진 않지만 매 겨울 맞이했던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억은 마음 한편 고이 담겨 있다. 우리가 어른이 되어서도 크리스마스를 그리워하는 이유는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 어둠을 덮고 있던 방에 들어와 앉았다. 바깥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빛은 방안으로 흘러들어 발앞까지 들어왔다. 스위치 하나에 이 모든 어둠을 거둬낼 수 있었지.. 2021. 10. 28.
영화 :: '붉은 수수밭(红高粱)' 후기 ​ ​ 부모의 선택으로 결정된 나의 운명. 아, 이곳이 나의 끝인 걸까. 사막 한가운데 늙은 나병환자의 병수발을 들어가면서 삶을 마치는 것이 정말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일까. 이게 만약 나의 운명이라면 그 운명이란 것이 원망스러울 것만 같다. ​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사막 한가운데로 들어섰을 때 그 절망감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가마 밖에서 울려 퍼지는 흥겨운 노랫소리에 맞춰 나의 눈물도 뺨을 타고 내려왔다. 당나귀 따위에 감사하며 나를 팔아먹다시피 시집보낸 아버지는 지금쯤 당신의 주둥이에 들어가는 것 외에는 안중에도 없겠지. ​ 불행 중 다행인지 지옥으로 가는 문턱을 막아주는 이가 있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끌렸고, 붉은 수수밭 속으로 사라졌다. 마지막인듯한 했으나 우리는 양조장에서 다시금 .. 2021. 10. 27.
나이가 들면 이 불안이 사라질까 우리는 모두 불안하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불안하지 않은 삶은 그 어디에도 없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변수들은 끊임없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변수란 것이 대부분 크게 몇 가지로 특정 지어져있긴 하지만, 그 요소에서 해방된다 하더라도 이내 또 다른 불안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것을 결코 잊어선 안된다. 그러므로 불안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는 건 꽤 괜찮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행동이 될진 모르겠지만, 불안을 없앨 수 있다는 헛된 믿음은 오히려 당신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 수도 있다. ​ 여기서 좀 더 나이가 들면 불안한 감정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나이가 먹을수록 늘 새로운 문제를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2021. 10. 26.
유럽 3-1.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Austria Salzburg🇦🇹 우리는 오스트리아를 가기 위해 파리에서처럼 두 팀으로 나눠 벤에 올라탔다. 유럽여행을 함께했던 벤의 앞자리는 발을 놓는 공간이 유난히 좁아 번갈아가면서 앉기로 했고, 오스트리아로 향하는 이번 여정에선 내가 앞자리에 타기로 했다.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이 오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세상이 눈으로 뒤덮였다. 도로 위를 휩쓸던 눈보라는 어마 무시했고, 우리가 탄 차는 눈보라 때문에 휘청거리며 조심스레 나아가고 있었다. ​ 얼마나 지났을까. 창밖의 풍경은 점점 어둠안으로 묻혀가고 있었고, 결국 우리는 밤이 되어서야 오스트리아 숙소에 도착했다. 앞자리에 앉아 이동하는 동안 제대로 펼쳐보지 못했던 관절들을 하나둘 펼쳐 보이기 시작했다. 체크인을 위해 도어록 카드를 받고 룸메들과 방으로 올라가기 전, 일행들과.. 2021. 10. 25.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 밖으로 나가 시간이 너무나 빠르게 지나치고 있다. 모든 가을이 그러했듯, 충분히 음미하기도 전에 차디찬 공기가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선다. 올해의 가을도 마스크에 가려진 채 이렇게 흘러가는구나. ​ 해내야 하는 일들을 한가득 껴안고선 하루하루를 버텨나가고 있다. 하나를 끝낸다 해도 한숨을 돌리기도 전에 숨어있던 또 다른 일이 또다시 달려 안겨온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걸 선호하는 편이긴 하지만 그 과정을 견뎌내기란 그리 순탄한 게 아니기에, 그렇게 껴안은 일들이 한가득 쌓여 시야를 가려버린 듯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펼쳐질 무언가를 기대하는 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언제나 바쁜 상태에서 오는 무료함이 다가온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바쁘긴 하지만 바쁘기만 한 것은 아닌, 일상이 되어버린 일상에서 새로운.. 2021. 10. 21.
영화 :: '소년 시절의 너(少年的你)' 후기 첸니엔, 나한테 아프냐고 물어본 건 네가 처음이야. ​ 평범한 삶, 내가 원하던 것은 단 한 가지. 하지만 평범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나의 삶은 평범하지 않았다. 당장 눈앞의 욕심을 위해 나를 감아버린 당신들을 원망해야 할까. 당신들을 향해 외쳤던 말은 결국 메아리로 다시 돌아왔다. 다시 떠안아버린 삶의 무게에 나는 무기력해졌다. ​ 그때쯤이었을거다. 불행이 당연하게 나를 잠식할 때 즈음 마주한 너는 역시나 별다를 바 없는 불행인 줄 알았다. 그럼 그렇지, 뭘 기대한 걸까. 그렇게 나는 또다시 도망쳤다. ​ 그렇게 마주한 아침은 여전히 나를 옥죄어왔다. 끝으로 더 끝으로, 더 이상 밀려날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더 멀리, 나락으로. 그렇게 불행의 끝에서 살기 위해 마지막으로 잡아본 것이 너의 손이었.. 2021. 10. 19.
지나고 보니 그때가 좋았다 갑작스레 겨울이 찾아왔다. 며칠 전까지 느껴졌던 잔잔함은 온데간데없고 겨울 향리 그 자리를 매워버렸다. 시큼한 공기가 코끝으로 느껴지자 붉게 물들어갔다. 갑작스레 두터워진 채도 낮은 옷차림에 겨울이 왔음을 실감하고 있다. ​ 추위에 움츠러들어 둔해진 공기와 부딪히며 길을 걷고 있노라면 희미하게 느껴지는 햇살이 아득하게 느껴지곤 한다. 너무나 가까워 타버릴 것만 같던 그 시간이 먼 과거처럼 느껴지는데, 우리가 서로 꽤나 가까웠던 지난날들이 머릿속을 스치면서 이제는 너무나 멀어진 이 빛이 문득 그리워졌다. ​ 지나고 보니 그때가 좋았다. 서로의 거리가 적당치 못했던, 그때가 좋았다. 가끔 우리의 거리가 부담이 되어 때로는 마주 보고 있었던 눈을 감아버리곤 했던 그때가 좋았다. 가까웠기에 밝았던 나의 세상이 .. 2021. 10.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