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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사람은 항상 괜찮아야 되는 줄 알았다 벌써 사소한 것에 제약받으며 살아온 지 1년이 넘어가고 있다. 딱히 이렇다 할 것 없이 지나가는 한 해는, 나를 게으른 사람으로 느껴지게끔 했다. 또 이렇게 게을러도 되는 걸까 싶어 무언가를 하려 시도하다 지쳐버리는 내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 마음이 또 그렇게 편하지만은 않다. 분명 그렇게 벌여둔 일이 한두 개가 아님에도 또다시 무언가를 찾아가려는 나의 몸부림은, 나이에 걸맞은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것이 여전히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 아마도 두려움이겠지. 불안한 이 감정이 언젠가 끝나버리면 또 다른 불안이 나를 찾아올 게 분명할 테니. 불안함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안함에 적응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나는 여전히 불안 중이다. ​ 시간이 쌓여갈수록 나잇값을 하.. 2021. 5. 27.
하고 싶은 게 있어서 방황하는 거였다 아침부터 비가 추적거린다. 어제 연차를 내어 꾸역꾸역 강남을 다녀온 것이 다행 일정 도로 날씨가 좋지 않다. 아침 일찍부터 부랴부랴 챙겨 도착한 회사에는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 오늘은 여분의 카메라 배터리도, 끄적거리며 적어온 것도 없기에 콘센트에 배터리 거치대를 꽂아두고 때묻은 보라색 아이패드를 들었다. 탕비실 불을 켜고 테이블 의자에 앉아 유튜브 영상들을 뒤적거렸다. 사실 도착해서 어제 촬영한 영상들을 편집하려 했으나 용량이 너무 커, 아직 옮기지 못한 영상 다섯 개씩이나 남아있었다. 그러니까 카메라 배터리의 충전이 끝나기 전까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마음에 드는 영상이 나오기 전까지 영상들을 손가락으로 밀어내리는 것뿐이었다. ​ 문득 어제 고궁이라도 다녀올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사실 .. 2021. 5. 25.
조커에 대한 연민 조커라는 영화를 통해 악역으로만 생각해왔던 조커라는 캐릭터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그 이야기가 원작자가 의도한 대로 해석되었는지는 의문이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이야기로 인해 조커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분명 조커가 한 행동 자체가 옳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조커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 모순이었다. 그는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살인했고, 공포로 몰아넣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동, 그로 인한 결과에 대한 분노보다 조커라는 캐릭터에 대한 연민이 더 크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 악역이라는 것은 우리가 느끼는 분노의 타깃이며, 그렇기에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악역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착했던 사람이 어떠한 계기로 인해 억눌렸던 감정을 드러내는 이야기에.. 2021. 5. 20.
읽기 좋은 책 :: 마사 누스바움(Martha Nussbaum) '타인에 대한 연민' 후기 -2- '헨젤과 그레텔', '빨간 모자'라는 두 전래동화 모두 악당은 죽고 문제는 해결된다. 우리는 정돈된 세상을 갈망하기 때문에 간단하고 헛된 해결책의 유혹에 쉽게 빠진다. 복잡한 진실을 파고드는 일은 어렵고 개인의 기쁨을 보장하지 않는 세상에서 희망을 품고 사는 것보다 마녀를 불태우는 편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나 분노한다. 누군가는 분노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러한 분노를 이용한다. 분노하는 다수에게 분노를 배출할 타깃을 설정해 주는 것만큼 효율적인 지배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다수는 설정된 타깃에 분노를 표출하며, 분노라는 감정을 공유하는 이들에게 유대감을 느끼고, 연대한다. 이들은 같은 대상에 분노한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 2021. 5. 18.
영화 :: '조커(Joker)' 후기 I hope my death will make more cents than my life. 정신병, 허름한 아파트, 그리고 아픈 어머니. 이속에서 나는 그저 사람들을 웃게 하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웃지 못할 상황에 놓여있지만 모순적이게 다른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사람이,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랐다. ​ 내가 많은 걸 바란 걸까. 내가 지금까지 믿고 살아왔던 것들이 하루아침에 부정당했다. 세상은 나 같은 사람의 사정 따위를 거들떠봐줄리 없었다. 나는 그저 한낱 꼭두각시이자, 거지, 해적, 시인, 그리고 졸병이었다. 왕이 되어보았지만 무대에서 내려오면 끝나버릴 역할극일 뿐이었다. 그저 나는, 그들에게 배경과 같은 존재였다.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아니, 사실 세상에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는.. 2021. 5. 17.
유럽 1-8. 프랑스 파리 France Paris🇫🇷 벌써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이라니. 어제저녁에 봤던 바토무슈의 야경이 아직도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시차에 적응하지 못했다.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잠들었기에, 오늘도 지각을 해버렸다. 함께 베르사유 일정을 따라가기로 했던 혜도 함께 늦잠을 자는 바람에 둘 다 정신이 없었다. 빠르게 준비를 하고선 숙소 로비로 내려왔다. 로비는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약속된 시간이 이미 지난 터라 먼저 출발했겠거니 하며 망연자실했다. ​ 베르사유에 가기로한 일행들을 확인하기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혼자 조식을 먹고 있던 흥 대장을 발견했다. 베르사유는 물 건너갔구나. 혜와 함께, 우리도 대장처럼 조식을 먹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흥 대장은 우리를 발견하고선, 아까 현 대장과 사람.. 2021. 5. 14.
읽기 좋은 책 :: 마사 누스바움(Martha Nussbaum) '타인에 대한 연민' 후기 -1- 내게 철학은 권위적인 선언이 아니다. 타인보다 더 깊이 있다는 주장도, 현명하다는 과시도 아니다. 철학은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겸손한 마음을 바탕으로 진실하게 논쟁을 주고받겠다는 약속이다. 평등한 인간으로서 기꺼이 상대의 의견을 듣겠다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성찰하는 삶을 뜻한다. 이와 같은 소크라테스식 개념에 따르면 철학은 무언가를 강요하지도, 위협하지도, 무시하지도 않는다. 공허한 주장을 하지 않되, 듣는 이가 언제든 반박할 수 있는 전제로부터 결론을 도출하는 사고의 구조를 세운다. 우리는 철학이 곁들여진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걸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하지만 사회는, 철학의 존재가 직접적으로 돈을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외면해버린다. 그렇게 우리는 자의적으로든 타의적으로든 당장 눈앞.. 2021. 5. 13.
영화 ::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 후기 ​​관성의 법칙이란 게 있다. 우리는 지금 누리고 있는, 평범함이라고 칭해지는 것을 지속적으로 누리길 바란다. 평범함을 지켜낸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사실 평범함, 평화라는 것은 꽤나 주관적이기에 그 가치도, 기준도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불안정하기에, 통제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들 속에 끊임없이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 또한 우리는 알고 있다. 이러한 변수를 또 다른 변수로 통제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심이 영웅을 만들어버렸다.​창작은 대체로 모방으로부터 파생된다. 세상에 수많은 창작된 이야기들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이야기가 익숙하게 느껴지고, 그 이야기에 수월하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역사에서, 혹은 현실에서 이러한 사건을 흔히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인간은 끊.. 2021. 5. 11.
자기 계발서 중독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언제나 과도기였고, 지금도 과도기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기에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자기계발을 하려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러한 사람들의 니즈에 맞춰 자기계발 콘텐츠가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 ​ 우리가 자기계발을 위해 접해야 할 콘텐츠 중 흔히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자기 계발서일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성공이라는 각기 다른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두고선 그에 다다른 자신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한다. 그렇기에 이전에도, 또 지금도 수없이 많은 자기 계발서들이 세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자기 계발서를 하나의 종교처럼 신봉하거나, 자기 계발서를 읽고 따라 해보았지만 그 사람처럼 성공하지 않.. 2021. 5. 10.
유럽 1-7. 프랑스 파리 France Paris🇫🇷 파리의 날씨는 역시나 예상하기 어려웠다. 루브르 박물관 건너편 끄트머리부터 먹구름이 찬찬히 밀려오기 시작했다. 분명 가만히 서있는데도 우리의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바람의 리듬을 타고 일렁거렸다. 아, 곧 비가 오겠구나.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유럽이라는 곳을 여행하기 위해 모인 일행이었지만, 원하는 여행이 각자 달랐기에 들러보고 싶은 곳이 달랐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모든 일정을 맞춰주는 것보다 서로가 가보고 싶었던 곳을 다녀오는 것이 더 행복한 여행이 아닐까. 이 생각에 우리는 암묵적으로 동의한듯했고, 그 누구도 이것에 대해 서운하다거나 짜증을 내지 않고선 각자의 발길이 닿는 대로 향했다. ​ 파리지앵이라는 단어에 로망이 있었던 걸까. 아침에 먹었던 파리의 빵이 기억에 남았던 나는, 카페에 앉.. 2021. 5. 7.
읽기 좋은 책 :: 혜경궁 홍씨 '한중록, 한중만록(閑中錄, 恨中錄, 恨中漫錄)' 후기 조선 전기에 세종대왕이 계셨다면, 조선 후기에는 정조가 계시다고 할 만큼 정조대왕은 여러 자질을 겸비한 왕이었다. 물론 붕당에 무자비하게 휘둘리던 조선을 단호하게 바로잡으려던 영조의 평생에 걸친 노력이 그 기반을 만들어주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사도세자라는 희생자 또한 만들어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 우리는 사도세자의 기이한 행동들만을 기억한다. 분명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굳이 찾아보진 않게 된다. 결과적으로 어떤 죽음을 맞이했는가에 대한 기억만 남아있을 뿐.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한중록에서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 한중록에서 묘사된 사도세자만큼 효심이 깊은 사람도 드물었다고 표현되어 있었다. 하지만 한중록에서, 그런 사도세자가 기이한 행동을 했던.. 2021. 5. 6.
2021. 04. 월간 글노트 이쯤 되면 날이 좀 풀릴 줄 알았는데, 공기는 여전히 차갑다. 나는 여전히 니트 한 무더기를 옷장 깊숙한 곳에 집어넣지 못했다. 5월이 끝나기 전엔 얇은 옷을 꺼낼 수 있으려나. ​ 늘, 예상했던 것은 날 비웃기라도 하듯 교묘히 빗겨나간다. 이젠 이런 것에 무뎌져 예상조차 하지 않으려 하지만, 또 나도 모르게 기대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선 사람이 그렇게 쉽게 변하진 않나 보구나 싶다. 가끔 이런 생각들이 옷 끄트머리를 잡고 놔주지 않는데, 언제 이렇게 겹겹이 쌓여 눌러앉아버린 걸까. 아마도 실컷 게으르고 싶은 마음을 대변해 주는 걸지도 모르겠다. ​ 새로운 시도를 했다. 생각해 보면 한두 달 주기로 새로운 걸 시작했다고 말하게 되는 것 같진 하지만, 어쨌든 그렇다. 이렇게나 꾸준히 새로운 걸 매번 시도.. 2021. 5.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