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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노트/생각노트

한번 젖은 옷은 더 이상 젖지 않았다

by 이 장르 2022.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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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더위와 시원함이 공존하고 있는 계절이다. 호기롭게 쉬엄쉬엄 보내보겠다던 이번 달은 역시나 정신없이 지나쳐가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감사한 마음들에 뭉클해져 잠시 멈춰보기도 하고, 또다시 밀려오는 조급함에 다시 아등바등 거리는 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적어도 난 오래 놀고먹는 건 못하겠다 싶었다.

생각해 보면 수많은 시간을 살아오면서 나를 맘껏 써본 순간이 얼마나 있었던가. 이렇게 보니 이런 순간들이 낯설게 느껴지는 게 이상하지 않았다. 그렇게 이곳을 떠남과 머묾, 그 경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의 나날들도 곧 끝이 나겠지.

한번 젖은 옷은 더 이상 젖지 않았다. 축 늘어져 버린 옷의 무게를 감당해야겠지만 손과 발이 자유로이 춤추는 이 기분을 잃고 싶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당연스러운 인간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진다는 사실이 낯설지 않은가. 바라는 것이라곤 단지 있는 그대로의 모습뿐인데 그게 그렇게나 욕심이었을까 싶었다.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아졌다. 스스로 걸어가는 나의 시간을 이젠 더 이상 방해받고 싶지 않다. 온전히 나일 수 있는 시간의 고요함이 쓰다듬어주던 촉감을 잊을 수 없어 오늘도 눈을 감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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