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여운152 영화 :: '어메이징 메리(Gifted)' 후기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던가. 누군가에겐 당연한 것들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더라. 누군가 절실히 도움을 원했던 것처럼, 또 다른 누군가에겐 그만한 무모함이 필요하다는 걸 왜 그땐 알지 못했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비극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서 비롯된 책임감이었나. 단지 나는 너를 지켜내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너를 사랑하는 나의 마음이 너를 옭아맬 줄이야. 아니, 사실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어쩌면 바로잡을 수 있던 수많은 그 기회들을 외면해온 죄책감이었으리라. 어쩌면 필연이었을 이 결과를 막을 수 있다 생각한 나의 오만이었을 테지. 과거의 기억은 우리의 숨통을 옭아맸다. 원하는 것을 묵살당한 채 누군가의 바람에 스스로를 맞춰갔던 너의 엄마였다. .. 2023. 2. 11. 영화 :: '인사이드 르윈(Inside Llewyn Davis)' 후기 당신은 누군가를 한평생 동안 사랑해 본 적 있는가. 운명이란 단어가 무색해질 정도로 지독한 외사랑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이 기분이 나를 저 아래 끝까지 끌어내고 있었다. 그저 음악이 좋았을 뿐이다. 욕심이라곤 무대 위에서 내 음악이 마음껏 뛰노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단지 좋아서 시작했던 음악에 옥죄어질 줄이야. 좋아하는 이유가 없듯 괴로운 이유 또한 그 어디에도 없었다. 사랑한다 해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겠는가. 어쩌면 나 또한 음악의 모든 것을 사랑하진 못했을지도 모른다. 누구를 위한 예술인가에 대한 질문에 나는 사라진지 오래,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그 자리는 이미 타인이 꿰차고 있었다. 그렇게 날아오르고자 시작했던 음악은 결국 내 발목을 붙들었다. 넘어지고 또 넘어지면서도 바.. 2022. 5. 20. 영화 :: '택시운전사' 후기 지목해야 살아남는 세상이다. 곧 터져버릴 듯한 광기 어린 시선으로부터 벗어나는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사실과는 별개로 그저 말 한마디로 타인을 고립시킬 수 있다는 것이 무기력에 잠기도록 내버려 둔다. 아니, 어쩌면 지금도 그 연장선 위를 위태롭게 견뎌내고 있을지도 모르지. 당신은 삶에 감사하는가. 어쩌면 당신이 감사하는 그 삶은 누군가의 피로 쓰였을지도 모른다. 그 피가 굳어 짙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변색을 탓하고 있는 그들에게 환멸 느낀다. 일제로부터 자유를 되찾기 위해 수없이 투쟁했던 지난날의 희생이 무색해질 뿐이다. 쓸어내고 남은 찌꺼기들이 남아 또다시 역사의 자유를 앗아가는구나. 배운 것이 그뿐이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까. 그렇게 이름도 .. 2022. 4. 26. 영화 :: '나의 소녀시대(Our Times)' 후기 그때의 설렘을 다시 경험할 수 있을까. 아니면 돌아갈 수 있을까. 그럴 수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우리는 이 기억을 지켜내는 것에 더욱 간절해지는 건지도 모른다. 너는 잘 지내고 있을까. 나를 기억해 줄까. 너의 기억 속 내 모습은 어떻게 남아있을까. 어쩌면 기억할 만한 시간이 있다는 건 어쩌면 행운일지도 모른다. 순수하다는 이름으로 영원히 남을 기억이 된다는 건 점차 어려운 일이 되어버릴 테니. 분명 고민도, 슬픔도 있었던 시절이었겠지만 신기하게도 좋은 기억은 점차 선명해지더라. 여전히 그 시절을 기억 한편에 남겨두려 하는 건 그때의 그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없기 때문이겠지. 그리워하기엔 이미 먼 그 시절이라지만 가끔씩 머릿속에 스치는 감정을 어떻게 외면하랴. 조금 더 멀리, 멀직이 떨어.. 2022. 4. 19. 영화 :: '스탈린이 죽었다!(The Death of Stalin)' 후기 끝났다.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아내는 것이 당신을 위한 마지막 임무라면 임무겠지. 그대를 위하는 척 당신의 권력 끄트머리를 잡고 휘두르는 이들이 내뿜는 악취가 이 방안을 가득 채운다. 그 악취를 견뎌내고 있는 우리가, 아니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이유라면 나 또한 악취의 원흉이라서일까. 기회일지도 모른다. 권력의 빈자리는 또 다른 권력으로 채워질 테지. 그 거리를 좁혀 나가기 위한 레이스는 이미 시작되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곧 죽을 목숨들은 다시 기회를 얻었고 세상은 한순간에 뒤집혔다. 통곡 속에 간간이 새어 나오던 그 미소를 숨기는 게 앞으로의 할 일. 이제 당신의 시대는 확실히 지났다. 누구를 위한 기회일까. 함께 만들어가는 유토피아를 외치면서도 타인의 자유를 뺏어 누리는 자유의 달콤함을 포.. 2022. 4. 14. 영화 :: '몸값(Bargain)' 후기 몇 시간짜리 우월감을 단돈 칠만 원에 샀다. 백만 원인 줄 알았는데 칠만 원으로 살 수 있다니 횡재 아닌가. 고작 몇 시간뿐인 우월감이겠지만 당신은 그렇게 스스로의 존재를 상기시키는 싸구려 감정에 심취해있었다. 당신의 애매함을 채워보기 위해 들어왔던 이곳에서 나갈 때면 또다시 그 애매함에 몸부림칠 테지. 스스로의 열등감을 기이한 형태로 우위를 점하려는 값싼 행위는 얼마나 역겨운가. 어쩌면 스스로도 그걸 알기에 당신을 더 후려치려는지도 모른다. 그게 그들이 우월감을 느끼는 방식이니까. 당신의 몸값은 얼마인가. 그저 하나의 고깃덩어리, 능력과 상관없이 매겨지는 가격표에 당신은 어디에도 없다. 더러운 침을 튀겨가며 외쳐대는 금액은 인생을 대변하기엔 터무니없을 뿐이다. 결국 당신도 나도 타인의 시.. 2022. 4. 13. 영화 :: '인생(To Live)' 후기 알다가도 모를 인생이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내가 이런 삶을 살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듣기 좋은 말로 세상과 단절되었던 나에게 그 비용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누굴 원망하겠는가. 오랜 시간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은 결국 내 손을 떠나갔다. 한 끗 차이로 갈라진 운명은 그 한 끗만 넘어서면 될 줄 알았다. 나에게 더 이상의 기회조차 사치였던가, 그 누구도 믿어주지 않은 삶이었으니. 평생의 기억을 제 손으로 내어주어야 했던 아버지의 붓 끝은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방관과 영원할 거란 오만이 결국 모든 걸 앗아갔다. 보잘것없던 자존심 하나 지켜보겠다며 외면했던 당신조차 이제 내 곁에 없다. 설움은 나를 길모퉁이 구석에서 얼어붙게 만들었고, 더 이상의 자존심은 무의미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 2022. 3. 22. 영화 :: '퍼스트 리폼드(first reformed)' 후기 우리와 맞닿아있는 모든 것은 흐른다. 그렇게 흘러간 것들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그렇게 우리의 삶은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당연시 여겨가며 이어지고 있었다. 길에 눌어붙어 이미 엉겨버릴 대로 엉겨 붙은 피는 어느새 그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우리는 누군가의 피로 물든 가죽신을 신고서 피로 닦아낸 길을 무참히 짓밟고 나아가고 있었다. 그 발자국에 붙어 끝없이 늘어진 피비린내는 바닥에 짙게 가라앉아 그 아래를 메우고 있었다. 당신은 선한 존재인가에 대한 스스로의 고찰 이전에 당신이 편안한 의자에 앉아 이러한 생각을 할 수 있을법한 한낱 안락함을 위해 당신이 미처 인지조차 하지 못한 수많은 삶이 갈려 들어갔다. 스스로의 추악함을 숨기기 위해 그럴듯한 신념으로 포장하는 이들에게 역겨움을 느.. 2022. 2. 23. 영화 :: '퍼펙트 블루(Perfect Blue)' 후기 너는 누구일까. 나를 덮어쓰려던 너는 무슨 이유 때문에 나를 앗아가려 했던 걸까. 당신들이 부르짖으며 부정하려 했던 그 모습이 어느 순간 내 안에 파고들었다. 그렇게 잘려나간 과거는 현재를 부정하기 바빴구나. 나는 누구일까. 과거를 부정한다 해서 존재조차 거짓이 되어버리는 걸까. 그저 조금 더 나은 삶을 바라는 것이 이렇게나 비난받을 일인가. 단지 열심히 살고 싶었을 뿐이었다. 점점 가까워져오는 날카로운 소리를 피하려 고개를 돌려보지만 귓가에 맴도는 소리는 이미 현재를 따라잡고 있었다. 욕심이었을까. 하고픈 일을 하며 사는 삶을 동경했기에 도착한 이곳이었다. 현실을 외면하며 꾸역꾸역 도착한 이곳에서 결국 현실을 마주할 줄이야. 세상은 생각했던 것보다 아름답지 않구나. 현실에 물들어가는 내 .. 2022. 2. 14. 영화 :: '화차' 후기 기괴한 삶이다. 단지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니. 이곳에서 벗어나기에 난 너무나도 어렸고 연약했다. 그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한 삶은 결국 이렇게 남았구나. 타인을 향한 분노라기보다 그저 내가 살아남기 위함이었다. 단지 한 명의 인간으로서 남들처럼 숨 쉬고 밥 먹고 거리를 거니는 게 이렇게나 어려울 일인가 싶었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딨냐만 원치 않은 대물림에 도망자의 삶을 물려받았던 자신의 처지를 바꿔보려는 나름의 발악이었으리라. 누군가를 내 공포로 밀어 넣어 얻은 새삶이었다. 타인을 대가로 치른 삶이 얼마나 가겠냐마는, 당신을 만나고 나서부터 이 불안한 행복에 점점 집어삼켜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방관했다. 어쩌면 그렇게 사라지길 바랐는지도 모른.. 2022. 2. 8. 영화 :: '도그빌(Dogville)' 후기 보이는 그대로 믿으려 했다. 끝없는 어둠에서만 벗어날 수 있다면 빛을 마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당신들의 경계가 호의로 바뀌는 순간 안도해버렸던 나 자신의 문제였을까. 어쩌면 거칠지 못한 내 손의 탓일지도 모르겠다. 열등감은 아래로 흐른다. 아래로 더 아래로. 썩어문드러진 가장 아래 위치한 그들의 열등감은 결국 그레이스를 짓눌러버렸다. 하지만 그 열등감이 누구보다 열심히 버텨내고 있던 당신들의 탓으로 돌려버리기엔 너무나 잔인하지 않는가. 내가 당신들을 이해할 수 있으니 그걸로 됐다. 단지 그뿐이었다, 인간으로서 떳떳한 삶을 살고 싶다는. 바닥에 흩뿌려진 일곱 개의 인형 조각이 그동안 붙잡아왔던 희망 따위를 초라하게 만들어버렸다. 어쩌면 나의 믿음이 인간에 대한 환상에서 비롯된 오 만일 수.. 2022. 2. 3. 영화 :: '어둠 속의 댄서(Dancer In The Dark)' 후기 살기 위해 도망치듯 달려온 곳이다. 평생을 달고 다녔던 이 고통을 너에게만은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아 나를 쥐어짜면서까지 일을 했다. 너는 모르겠지. 아니, 계속 모르길 바란다. 고통은 나의 몫이니.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 생각했다.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할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놓을 때, 그리고 그 고통에 공감할 수 있었기에 우리는 서로를 연민할 수 있었다. 하나둘 사라져가는 두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당신의 비밀을 지켜주려 했다. 조급함은 사람으로서의 삶을 외면하게 한다던가. 당신의 삶을 연명하기 위해 나의 전부를 앗아갔다.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당신은 그랬다. 죽여달라는 당신의 몸부림에, 그리고 당신이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 있는지에 대한 원망이 방아쇠를 당기게끔 했다. 사랑보다 .. 2022. 1. 26. 이전 1 2 3 4 ···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