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으로서의 기록/2022 🇦🇺8 🇦🇺호주에서 맞이하는 2022의 마지막 올해 마지막날에 뭘하고있을까란 상상을 여러번했지만 결국 5시에 출근해서 마감까지 하게될줄이야. 아니 사실 어느정돈 예상했다. 아웃백에서 일할때도 마지막날에 마감하고 다음날도 출근하는 뭐 그런 시프트를 자주 받았으니. 직장인이되면서 시원섭섭했던부분이 이런부분이긴했지. 이곳에 온지 반년밖에 되지않았는데 일년정도는 보낸기분이다. 아마도 그동안 반년안에 채워뒀던 기억의 양보다 호주에서 채워냈던 기억의 양이 더 많아서일까. 한국이었으면 퇴근하고 집에서 일하느라 잘 안나왔을텐데 여기선 무조건 누구라도 만났고, 만나지못할때는 일단 밖에 나가기라도했다. 다행히 나는 일을 빨리 구했고, 그래서 사람들이랑 강제로 매일매일 마주해야했기에 다른이들보다 적은 우울함으로 호주에서의 첫 한달을 견뎌낼수있었다. 행복하냐고 묻.. 2023. 2. 4. 🇦🇺나도, 너도 그리고 우리들의 20대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달란 부탁을 하면서 T에게도 너의 이야기를 들려달라 했다. 사실 정 없어 보이는 말일지는 모르겠지만 T에게 요청하면서도, 난 네가 아직 누군지 모르잖아라는 표현을 썼더랬다. 우리는 단지 시프트가 겹치던 그 2일뿐이었으니, 심지어 그때조차도 나의 짧은 영어 때문에 시답잖은 얘기만 했는걸. 날 모르는 건 T도 마찬가지겠지. 저 말에 T가 당황하지 않았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 말 이후에 오히려 더 살갑게 구는 T였다. 집이 매장 바로 앞이라 브레이크 타임에 스탭밀 테이크아웃해서 집에 가는 네가 이 이후엔 여기서 나랑 같이 브레이크 타임 내내 밥 먹으면서 얘길 했으니. 아마도 T는 내가 너에 대해 어떤 사람인지 안다는 식으로 말했으면 불쾌해했을듯했다. 참 .. 2023. 1. 31. 🇦🇺그냥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 그런 날이 있다. 취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취한 게 더 낫지 않나 하는 기분이 드는 그런 날. 예상했던 것들이 들어맞으면서도 그 이유는 예상치도 못 했던 그런 날.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예상도 못했던 날에 들었던 그 기분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으랴. 오래간만에 함께 일했던 동료를 만났다. 사실 만날까 말까 고민을 많이 하느라 얘가 그만두고도 연락을 선뜻 먼저 하지 못했더랬다. 그러다 무슨 일로 그 친구가 먼저 연락해 줘서 만나기로 했는데 사실 만나기 전까지도 고민을 꽤 했더랬지. 고민을 했던 이유라면, 아직 미숙한 나의 영어실력. 그리고 그것 때문에 아직은 미숙한 인지력. 과연 내가 지금까지의 내 영어실력을 믿어도 될까 하는 의문. 그럼에도 내가 이곳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가장 많이 도와줬.. 2023. 1. 24. 🇦🇺언어가 달라 쉽게 알 수 없던 것들 이곳에 와서 정말 많은 사람들의 호의와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를 못하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며 살아왔던 나를 배려하기 위해 상냥한 단어들을 골라 문장을 만들고 있다는 걸 간과하고 있었나 보다. 생각해 보면 나 또한 영어로 말할 때와 한국어로 말할 때 내가 느끼는 나조차도 다른데 말이다. 말은 그 사람의 많은 것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어떤 단어를 사용하는지, 어떤 것에 대해 주로 말을 하려 하는지 등을 통해 그 사람의 가치관까지 알아볼 수 있으니. 물론 사람이 풍겨내는 고유의 분위기를 읽을 순 있겠지만 가끔씩은 그 분위기를 무시하고 싶을 때가 있단 말이지. 내가 읽었던 J의 분위기는 사랑받고자란 사람 같았다. 표현이 풍부했고, 학습된 공감 능력이라기보다 선천적으로 가지고.. 2023. 1. 12. 🇦🇺값싼 우월감 이곳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직업들이 한국과는 참 다르게 인식되는구나 싶기도 했다. 그중 하나가 바텐더라는 직업인데, 술에 워낙 약한 나는 바텐더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마주할 기회가 흔치않았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어느 곳이나 바텐더가 있었고, 함께 일하고 있는 코워커들 대부분이 바텐더니 이들을 마주하고 지켜볼 기회가 자연스레 많아지게 됐다. 이전까지는 바텐더가 단순히 술을 만들어주는 사람인 줄로만 알았는데, 사실 이들의 주된 일은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는 거더라. 물론 흥미로운 얘기도 있겠지. 근데 대부분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주야장천 늘어놓는 이들이 대부분인듯했다. 나는 웨이트리스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대화를 하고 싶지 않으면 테이블 속으로 숨어들 수 있지만, 이들은 그 좁디좁은 바 안에서 도망갈 .. 2023. 1. 9. 🇦🇺서글픔을 머금으로 이렇게 글을 써보는 게 얼마 만인지. 여행으로서의 타지는 언제나 새로웠지만 하나의 삶이 되니 다르면서도 비슷한 형태로 변해가더라. 한정된 시간 안에서 무언가를 얻어내야 한다는 것이 왜 이리 부담으로 다가오던지. 아마도 내가 이젠 맘껏 즐길 수만은 없는 나이가 되어버렸나 보다. 이곳에서 마주할 낯선 이들이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었다. 이들도 나이 듦에 관대해지지 못한 건 매한가지구나. 어쩌면 우리는 그저 먼 거리에서 나고 자란, 생김새만 다른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한 말을 왜 이리 당연스럽지 못하게 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들 수도 있겠다. 다양한 것이라는 것은 결국 그 다양성으로 분류된 상태로 영원히 남을 수 있다는 말이라는 것을 왜 그땐 알지 못했을까. 결국 우린 .. 2023. 1. 7. 🇦🇺당연해진다는 것 이곳에 도착한지 100일이 지났다.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순간을 넘어서 이제는 출퇴근길에도, 시티에서 어딜 돌아다닌다 해도 구글맵을 켜지 않은 상태에서 돌아다닐 정도니까 말이다. 한국 사람들에 익숙해져 있던 눈도 이젠 이들의 모습에 점차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오스트레일리아 패밀리라고 했던 하우스메이트들도 이젠 진짜 가족처럼 느껴질 정도로 가까워졌다. 물론 중간에 어색하게 느껴질만한 일이 있긴 했지만 불편한 순간을 피하고 싶다 해서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들에겐 별거 아니게 느껴졌던 것이 나에겐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 그리고 불편함을 감내하고 살아왔던 이들 사이의 갭이 잠시 서로를 불편하게 했지만 이 부분은 누군가 한 명이 희생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었으니까. 함께하고 싶어 말.. 2023. 1. 3. 🇦🇺우리 모두 여행자로 만났으니 떠나보내야 함을 알면서도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다. 만남 때부터 예정된 이별이었고, 언젠가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날 거라는 걸 알았음에도 이별을 마주해야 하는 순간은 늘 익숙지 않은 건 어쩔 수 없는 걸까. 다음 주에 떠나보내야만 하는, 이곳에서 처음 사귄 나의 친구들. 그리고 올해 안에 떠나보내야만 하는 나의 하우스메이트들. 그리고 갑작스레 일터를 떠나게 된 나의 코워커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여행자로 만나 여행자의 삶을 살아야 된다고 서로에게 외쳤음에도 막상 여행자로서 나아가는 모습을 봐야 할 때면 마음 한편 이 씁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나 또한 누군가에겐 이러한 존재겠지. 나조차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가야 함을 알면서도 타인의 부재에는 익숙지 않아 하는 것이 모순이지 않나. 인간이 이렇게나 .. 2022. 12. 3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