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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노트/월간 글노트22

2021. 12. 월간 글노트 벌써 한 해의 마지막달을 지나고 있다. 덩달아 지나고 있는 나의 20대는 여전히 아쉬움을 머금고 있다. 물론 다시 돌아갈 마음이 있다는 말은 아니지만. 무엇이든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아쉬워질 뿐이다. ​ 우리는 여전히 현재를 살아가면서도 새어 나오는 아쉬움을 흘리며 다닌다. 우리가 지나온 거리에 흩뿌려져있던 아쉬움을 주워 담을 순 없겠지만 그 아쉬움에 대해 또 다른 아쉬움을 덧대지 않았으면 한다. 과거의 아쉬움을 바라보고만 살기엔 현재라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졌고, 지금도 스쳐 지나가고 있는 현재조차 어느 시점부턴 또다시 과거로 변해갈 테니. ​ 쌓여가는 시간만큼 아쉬움도 덩달아 쌓여가는 걸 막을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아쉬움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의지와 달리 .. 2022. 2. 9.
2021. 11. 월간 글노트 섣불리 추워지지 않은 겨울 속을 거닐며 희미하게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다. 변화를 준비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막연함에 짓눌려버리는 감정은 무언가를 해낼 수 있을까 의문에 휩싸이곤 한다. 한 단계씩 나아갈 때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들에 의심을 품진 않지만, 잘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꾸준히 던져대고 있었다. ​ 두려움이 더 커지기 전에 어느 지점까지 도달해야 한다는 목표치를 꽃아두니 그런대로 마음이 놓였다. 아니, 마음이 놓였다기보다 그곳까지 도달하려면 불안할 시간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된 걸지도 모르지. ​ 마음껏 떠나지도 못한 채 살아온 지 벌써 2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낯선 향속에서 눈앞에 물든 하늘을 기억하던 그 시간을 기억한다.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선명한 사진처럼 아마 평생 내.. 2022. 2. 7.
2021. 10. 월간 글노트 벌써 올해 달력이 두 장밖에 남지 않았다. 아쉬움이 묻은 연락이 흘러오는 걸 보니 연말이 다가오고 있구나. 시간이 빠르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지나간 숫자는 기억 속에서 듬성 거릴 뿐이다. ​ 내가 주인공인 줄 알았던 어린 시절을 지나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 아닐 수 있음을 깨달아버린 지 오래. 따뜻한 것들만 보면 왜 그리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던, 그래서 스스로 얼음인 줄로만 알았다던 문장에 덩달아 흘러내려버렸다. 어쩌면 나도 따뜻함을 그리워하는 얼음이었나 보다. ​ 돌이켜보니 그리 자유롭지 않은 시기임에도 부지런히 무언가를 끄적였다. 몇 번의 계절이 변하는 동안 좁아져가는 세상에 덩달아 마음이 급해져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했더랬다. 그럼에도 뿌듯함보단 허전함이라는 감정이 채워지는 이.. 2021. 11. 2.
2021. 09. 월간 글노트 창밖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끊임없이 내리던 비가 지긋지긋하게 느껴졌던 게 아직 두세 달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선선한 공기가 반갑기까지 한 걸 보니 인간이 이렇게나 변덕스러운 존재다. 생각해 보면 사계절을 여러 번 지나쳤음에도 이전의 온도를 금세 잊어버리니. ​ 오랜만에 느껴지는 시원함 틈새로 들어오는 습한 공기가 이상하리만치 몽글몽글하게 느껴지는 날이다. 익숙한 것이 익숙해지지 않을 때 비로소 그것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게 모순적이긴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네 가지의 계절을 설레는 기분으로 맞이할 수 있나 보다. ​ 스쳐 지나가듯 바뀌는 공기를 타고선 우리도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다. 원하든 원치 않듯 그건 중요치 않은 듯. 세상으로부터 그 틈새에 끼워져있는 슬픔을 외면하는 거라고 배워.. 2021. 10. 15.
2021. 08. 월간 글노트 구름 속에 갇힌 하늘을 며칠째 흘려보내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너무 더워 밖에 나갈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이제는 에어컨 전원 버튼보다 창문 손잡이에 손이 간다. 어제의 공기를 흘려보내고 오늘을 채우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이킨다. 이제 얼마 후면 아이스 아메리카노 대신 뜨거운 홍차를 마시고 있겠지. ​ 하고 싶은 것을 위해 귀찮고 성가신 것을 해나간다는 것이 모순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오늘을 채워냈다. 생각해 보면 빛나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과정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은연중에 알고 있으면서도, 그 과정에 결과와 비슷한 빛이 머물러있길 바라곤 한다. 그렇기에 예상치 못한 과정을 마주했을 때의 우리는 계획에 없던 무언가를 마주할 때 느껴지는 당혹스러움, 예상치 못한 것을 견뎌내야 한다는 .. 2021. 9. 2.
2021. 07. 월간 글노트 유난히 무더운 여름이다. 내리쬐는 땡볕에 달궈진 바닥을 걷고 있노라면 발바닥이 녹아내리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다. 습하고 더운 여름 날씨도 모자라 마스크에 막혀버린 바깥공기에 남은 여름이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 사실 대부분의 여름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나마 새벽의 내음을 만끽할 수 있다는 생각에 견뎌낼 수 있던 여름이었다. 분명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혹은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엔 북적거릴 이 거리가 지금 우리 앞에 막을 내린 무대처럼 텅 비어있다는 것이 늘 신기할 뿐이다. 그리고 그곳에 채워진 몽글거리는 내음을 맡으며 한 발짝씩 내디딜 때마다 느껴지는 설렘은 찾아오는 잠을 외면하게끔 한다. 그 설렘이 카디건 틈 사이로 새어들어오는 새벽의 찬 공기 때문인지, 아니면 낮보다 더 뚜렷하게 느껴지는 무.. 2021. 8. 30.
2021. 06. 월간 글노트 언제 지나갔는지도 모를 만큼 빠르게 지나쳐버린 6월이었다. 어느샌가 후덥지근한 공기로 변해버리더니 하루에 한 번씩은 여름이 왔다는 것을 알려주듯 비가 쏟아져댔다. 또 얼마나 변덕스럽던지, 잠시 한눈판 사이에 비 내리는 걸 그만두곤 했다. ​ 변덕스러운 날씨에 지친 건지, 그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 이리저리 치여버린 건지. 약속도 많지 않았고, 듣고 있던 수업도 두 번씩이나 쉬어갔던 6월이었지만 왜 이리 빠르게 지나가버린 것처럼 느껴지는지. 가만히 숨죽여 실컷 가라앉아본 6월이었다. 어쩌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6월의 나는 위로받았는지도 모른다. ​ 좁은 공간에 억지로 틈을 내어 할 일을 구겨 넣으면 되는 건 줄 알았다. 그렇게라도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었던 건가. 방향을 잃어버린 .. 2021. 7. 12.
2021. 05. 월간 글노트 밖에 비가 온다. 정확히는 오다가 멎었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빗방울에 온기를 빼앗긴 공기가 오늘따라 유난히 차갑게 다가오고 있다. 반팔을 입었다가도 차가운 공기에 놀라 다시 외투를 꺼내 입는다. 이번 달은 유난히 비가 오래도록 왔다. 장마라고 하기엔 이른 시기라 이걸 어떻게 불러야 할지 여전히 모호했다. 우중충한 색을 띤 구름은 오늘도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 사회적 제약이 점점 늘어가면서 사람들은 지난날을 추억하기도, 혹은 자신보다 더 좋지 않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위안을 삼기도 한다. 타인의 고통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이면에 있을 가식적인 모습이 속을 메슥거리게 한다. ​ 사실 남들보다 덜 힘들다고 안 힘든 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까.. 2021. 5. 31.
2021. 04. 월간 글노트 이쯤 되면 날이 좀 풀릴 줄 알았는데, 공기는 여전히 차갑다. 나는 여전히 니트 한 무더기를 옷장 깊숙한 곳에 집어넣지 못했다. 5월이 끝나기 전엔 얇은 옷을 꺼낼 수 있으려나. ​ 늘, 예상했던 것은 날 비웃기라도 하듯 교묘히 빗겨나간다. 이젠 이런 것에 무뎌져 예상조차 하지 않으려 하지만, 또 나도 모르게 기대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선 사람이 그렇게 쉽게 변하진 않나 보구나 싶다. 가끔 이런 생각들이 옷 끄트머리를 잡고 놔주지 않는데, 언제 이렇게 겹겹이 쌓여 눌러앉아버린 걸까. 아마도 실컷 게으르고 싶은 마음을 대변해 주는 걸지도 모르겠다. ​ 새로운 시도를 했다. 생각해 보면 한두 달 주기로 새로운 걸 시작했다고 말하게 되는 것 같진 하지만, 어쨌든 그렇다. 이렇게나 꾸준히 새로운 걸 매번 시도.. 2021. 5. 4.
2021. 03. 월간 글노트 생각보다 바빴던 3월이었다. 잊고 살아왔는데 지난날의 여행 사진을 인스타그램에서 문득 보여줄 때마다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싶다. 몇 주 전보다 얇아진 겉옷을 걸치고, 밝아진 출퇴근길을 오갈 때면 이렇게나 빠르게 변할 일인가 싶으면서도 또 생각해 보면 얼마나 어두워진 곳에 익숙해졌다고 이렇게 밝아진 것에 낯설어 할 일인가 싶기도 했다. ​ 올해 생일은 깊은 축하를 생각보다 여럿에게 받았다. 한때는 함께했지만 서로의 삶이 바빠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던, 하지만 선뜻 먼저 연락하기에 쉽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감사하게도 먼저 연락이 왔다. 오랜 기간 만나지 못해 이쯤 되면 축하조차 해주지 않아도 이상할 게 없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받아 그저 고마울 뿐이다. ​ 사실 인간의 관계라는 것은 언제나 맺고 끊길.. 2021. 4. 5.
2021. 02. 월간 글노트 공기가 여전히 차갑다. 이 추위가 오랜 기간 이어질 것 같아 여전히 날 둘러싸고 있는 까만 롱패딩에서 오랜 기간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한다. 분명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지독한 더위를 피해 실내로 숨어들기 바빴던 듯한데, 지금은 그 더위가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망각이라는 것이 어쩌면 나의 어리석음을 한 스푼씩 얹어주는듯하여 조금 원망스럽기도 하다. 언젠가 이 추위 또한 또 다른 기억에 묻힐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당장 눈앞에 펼쳐져 있는, 끝나지 않을듯한 추위에 한없이 웅크려들고 있었다. ​ 잊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도 이것조차 언젠간 잊어버릴 것이라는 것이 조금은 슬프게 느껴지는 밤이다. 나는 여전히 인간이고, 앞으로도 인간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의 연속.. 2021. 3. 25.
2021. 01. 월간 글노트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여전히 2020이란 숫자에 1을 더한다는 게 여전히 익숙하지 않아 사용했던 수정테이프의 길이는 벌써 몇 미터째인지. ​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그렇다 할 남은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다시 시작하기엔 너무 늦은듯한 이 기분을 알까. 그나마 남은 자존심이라면, 그동안의 노력을 부정하긴 싫어 만들어낸 도둑. 그간 쌓아왔던 노력들을 도둑맞았다 생각하지만 결국엔 다 내 잘못인듯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 무엇이든 해낼 것 같은 자신감으로 시작됐던 2020년에, 막상 해낸 것이라곤 손가락 개수보다 적어 공허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분명 꾸준히 발버둥 쳤던 것 같은데 앞으로 나가기보단 뒤처지지 않으.. 2021. 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