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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여운

영화 :: '릴리슈슈의 모든 것(リリイシュシュのすべて, All About Lily Chou Chou)' 후기

by 이 장르 2021.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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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 생각보다 빠르게 퍼져나간다. 마치 물에 잉크를 풀듯, 한눈판 사이에 자칫하면 잠식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상처를 받은 자는 애석하게도 그 상처를 타인에게 넘겨주기 바쁘다. 마치 바통을 넘겨주듯.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처를 받아본 사람들은 타인에게 유사한 상처를 건네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함께 숨 쉬고 있는 인간이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상처를 받고 이로 인해 삶이 잠식당했을 때,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좁아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경험하고 있는 고통으로 인해 닫혀버린 시야는, 주변 사람들은 마냥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성가시게 여기는 듯했다. 알 수 없는 분노가 일렁여 그들에게 상처를 주려 노력하게끔 만들어버렸기에, 우리가 아는 것과 반대로 그 모습이 '인간답다'라는 표현에 더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 그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인간은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지만, 이럴 때 보면 이성이란 단지 꺼내고 싶을 때 꺼내 들 수 있는 장식품쯤으로 여기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상처는 사람을 매개로 흘러간다. 상처가 하나 둘 모여 큰 강을 이룬다. 그 강이 흘러 바다를 이뤄낸다. 이 수많은 상처들은 어디서 왔는가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쏟아져온다. 아래로, 좀 더 아래로. 우리가 쉽게 흘려보내는 감정은 결국 누군가에 수렴하여 맺혀버린다.

알고 있지만 알고 싶지 않았다. 그저 고통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뿐이었다. 고통스러운 곳에서 벗어나려는 것이 잘못된 것일까. 인간은 누구나 이러한 상황에 처해지면 이렇게 살아갈 것이다. 이는 그동안 고통으로부터 방치되었던 스스로에 대한 연민인가, 혹은 자신을 그 고통 속에서 오래도록 방치했던 타인을 향한 분노인가.

우리에겐 낙원처럼 보여도 자연 속 생물들에겐 지옥일지도 몰라.

자연이란 그런 거지. 그게 멋진 거야.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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