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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여운

영화 :: '나를 찾아줘(Gone Girl)' 후기

by 이 장르 2021.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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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사라졌다. 갑작스런 부재에 놀랐지만 또 한편으로는 안심했다. 닉은 새로움을 갈망했으며, 이미 자신이 억지로 만들어낸 새로움에 취해있었다. 그는 에이미와의 이혼을 원했기에, 어쩌면 이러한 부재는 그에게, 자신의 상황이 좀 더 순탄하게 풀리지 않을까라는 한편의 희망을 가지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에이미는 알고 있었다. 영원을 약속한 사회적 계약에서의 배신은 대부분 사회적인 방법으로 마무리 지어지지만 에이미는 그러지 않았다. 노력하지 않았고 심지어 그 책임을 자신에게 전가했던 남편이란 사람을, 에이미는 철저하게 짓밟으려 했다. 물론 그 방법이란 게 일반적이지 않았고, 때로는 기이해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배신감을 대갚음해 주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가감 없이 표현했다는 것에 대해 누군가에게는 인과응보와 같은 교훈을 쥐어주게될지도 모른다. 분명 행복하기 위해 시작된 결혼이 서로의 발목을 잡아 늪으로 빠트리고 있었다.

 

어쩌면 이 영화는 남편인 닉이 에이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지도 모른다. 두 인물을 통해 자기 연민에 빠져 그 어느 것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경고일 수도 있지 않을까. 닉에게 하는 경고가 아니라 닉과 에이미 서로에게 주어지는 경고 같았다. 결국 그들은 행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 답은 이미 정해져있다는 사실이 그들을 행복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똑똑함과 멍청함이라. 그것은 배움의 문제도, 금전의 문제도 아니었다. 단지 현재 함께해 주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 얼마나 감사할 줄 아는가에 대한 능력치일 뿐이다. 가진 것에 대한 소중함을 매 순간 스스로 일깨우는 것도, 상대에게 자신의 틀을 강요하지 않는 것도 우리가 견뎌내야 할 인생의 과제가 아닐까.

"당신은 미쳤어. 정신병자라고. 왜 이렇게 살려는 거야?

당신을 사랑했었지만 우린 서로를 증오하고 조종하고 상처만 주잖아."

"그게 결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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