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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여운

영화 :: '오베라는 남자(A man called Ove)' 후기

by 이 장르 2021.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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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 불만이었다. 한 번이라도 부드러운 말이 나오는 일이 없었다. 뭐가 그리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부질없어 보이는 규칙에 집착하고 강요하며 날을 세웠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풍족하진 않았지만 열심히 살았고, 아버지가 살아왔던 것처럼 정직하려 했다. 남을 위하려 노력했고, 그러다 운명이 무엇인지 새삼 느끼게 해주던 사람을 만나 결혼하기도 했다. 없는 살림이었지만 그 누구보다 행복했다. 그렇게나 바라왔던 가족을 이룰 수 있는 순간이 다가왔구나 싶었는데, 애석하게도 세상은 나의 행복을 원하지 않았나. 모두 앗아갔다,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아, 거둬져 혼자 남겨진 것 또한 나의 운명이었을까.

열등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나의 노력을 알아보려 하지 않은 이들에게 억울함이라는 이름의 분노가 향했다. 그렇게 날이 선 분노는 다가오려던 호의 또한 주춤거리게 만들었다. 결국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독한 외로움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다 이방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나둘 자신이 지키려 애썼던 규칙을 깨어나갔다. 그는 과거를 지키기 바빴고, 이방인들은 그것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깨어내고 있었다. 공허했다. 그래서 더 필사적으로 지키기 시작했다. 더 이상은 빼앗기고 싶지 않았던 마음일까. 얼마 남지 않은 나의 것을 최대한 지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마 그에게 규칙이란, 그가 간직하고 싶어 했던 과거였을 수도 있겠다.

모순적이게도 쥐고 있던 과거를 내려놓으니 현재의 시간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게 되었다. 영원히 쥐고 있을 수 있는 과거는 없고, 언제까지나 나를 기다려줄 현재 또한 없다. 우리는 그저, 흐르는 대로 살아가야 할 뿐이니 이게 인간의 운명이라 하면, 적어도 가끔은 흘려보내는 것이 후에 찾아올 행복을 담아낼 수 있는 여유가 생길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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