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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여운

영화 :: '버닝' 후기

by 이 장르 2021.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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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진실이었나. 눈앞에 펼쳐져 있는, 귓가에 맴도는 모든 것들이 거짓을 향하고 있다. 굳게 믿고 있었던 것들조차 하나둘 연기 속으로 자취를 감춰오고 있다.

당신이 모아둔 흔적에 낯익은 시계가 눈에 띄었다. 채도 낮은 서랍 안에서 유난히 돋보였던 촌스러운 분홍색은 확실히 이곳과 어울리지 않았다. 단지 어울리지 않아 사라졌다기엔 그 이유가 너무나도 잔인해 다른 이유를 찾아보기로 했다.

사라져도 아무도 모를 것들이 널려있다던 세상이란다. 그 말이 비수로 날아와 당신으로부터 뽑아냈던 붉은빛은 잃을 것조차 없던 나의 분노였다. 걷잡을 수 없던 분노에 당황스러워 그 많던 골목 그 사이로 도망 쳐봤지만, 당신이 찾았다던 그 비닐하우스를 어쩌면 영원히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또다시 나를 집어삼켰다.

두 팔을 꾸역꾸역 올려본다. 손끝이 하늘에 닿을 것 같으면서도 아득해져온다. 그렇게 흘러가듯 공허한 하늘에 팔을 휘어봤더랬다. 그러고 보니 우리의 배곯은 모습조차 누군가에겐 우스꽝스러운 이야깃거리가 될 수도 있겠다.

어쩌면 청춘이란, 서랍장 안에 있던 촌스러운 분홍 시계처럼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허울뿐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허황에 취해 굶주린 춤을 추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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