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마주한 너는 설렘이었다. 네가 나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설레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너의 무엇이 그렇게나 좋았던 걸까. 나는 너에 대해, 너는 나에 대해 알아갈 수 있던 부분이 많았기에 우리는 서로에게 끌렸던 걸지도 모른다.
네가 있기에 발걸음을 옮겼던 그곳에서 너를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지루함만 남은 이 공간에서 다시금 너를 마주했을 때의 그 음악을 언제쯤 잊을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가 이어지는 시간 속에서도 함께할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던 미래로부터 밀려오던 두려움과. 그럼에도 너와 함께하고 있다는 설렘에 중독되어갔다.
그렇게 나는 카불에 다다랐다. 단지 너를 볼 수 있다는 희망 하나만으로 나는 비행기에 올랐지만 현실은 의외로 냉정했더랬다. 나의 마음을 표현한다면 당연하게 그만큼 돌려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은 단순한 나의 어린 마음이었다. 너에게는 나보다 중요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결국 우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음에도 그러지 않을 거라 믿고 싶은 마음이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지금 생각하면 참 무모했던 내가 가끔은 그리워지는 이유는 왜일까. 혹시 너도 나를 그리워할까. 아니, 너도 그때 그 시절 너의 모습을 그리워하고 있을까.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설렘에 끌려 서로의 발걸음을 스쳐 지나쳤다. 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었기에 우리는 서로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너와 함께했던 시간이 거짓이었던 적은 없지만, 지금의 감정 또한 거짓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가 엇갈린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교차로가 되어준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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