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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여운

영화 :: '퍼펙트 블루(Perfect Blue)' 후기

by 이 장르 2022.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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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누구일까. 나를 덮어쓰려던 너는 무슨 이유 때문에 나를 앗아가려 했던 걸까. 당신들이 부르짖으며 부정하려 했던 그 모습이 어느 순간 내 안에 파고들었다. 그렇게 잘려나간 과거는 현재를 부정하기 바빴구나.

나는 누구일까. 과거를 부정한다 해서 존재조차 거짓이 되어버리는 걸까. 그저 조금 더 나은 삶을 바라는 것이 이렇게나 비난받을 일인가. 단지 열심히 살고 싶었을 뿐이었다. 점점 가까워져오는 날카로운 소리를 피하려 고개를 돌려보지만 귓가에 맴도는 소리는 이미 현재를 따라잡고 있었다.

욕심이었을까. 하고픈 일을 하며 사는 삶을 동경했기에 도착한 이곳이었다. 현실을 외면하며 꾸역꾸역 도착한 이곳에서 결국 현실을 마주할 줄이야. 세상은 생각했던 것보다 아름답지 않구나. 현실에 물들어가는 내 모습에 눈을 가려버리는 당신들의 존재에 베인 상처는 여전히 쓰라려온다.

어디에 말할 수 있으랴. 분명 보이는 나는 이전보다 빛나고 있다. 나의 과거를 응원함과 동시에 공평한 파멸을 원하는 당신들은 나의 현재를 부정했다. 그 누구도 연민 따위 건네지 않으려던 나의 고통은 그저 가벼운 하나의 푸념 따위로 여겨지겠지.

그저 내가 견뎌내야 할 하나의 숙제인 줄로만 알았다. 한때 자랑스러웠던 흔적은 끊임없이 나를 괴롭혀왔다. 이렇게 나는 관심이란 헝겊을 덮어쓰고선 바라보던 당신들의 시선에 하루하루 죽어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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