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의 여운

영화 :: '퍼스트 리폼드(first reformed)' 후기

by 이 장르 2022. 2. 23.
728x90
반응형

우리와 맞닿아있는 모든 것은 흐른다. 그렇게 흘러간 것들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그렇게 우리의 삶은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당연시 여겨가며 이어지고 있었다. 길에 눌어붙어 이미 엉겨버릴 대로 엉겨 붙은 피는 어느새 그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우리는 누군가의 피로 물든 가죽신을 신고서 피로 닦아낸 길을 무참히 짓밟고 나아가고 있었다. 그 발자국에 붙어 끝없이 늘어진 피비린내는 바닥에 짙게 가라앉아 그 아래를 메우고 있었다.

당신은 선한 존재인가에 대한 스스로의 고찰 이전에 당신이 편안한 의자에 앉아 이러한 생각을 할 수 있을법한 한낱 안락함을 위해 당신이 미처 인지조차 하지 못한 수많은 삶이 갈려 들어갔다. 스스로의 추악함을 숨기기 위해 그럴듯한 신념으로 포장하는 이들에게 역겨움을 느끼는 존재는 그들에게 단지 모난 돌 같은 존재일 뿐이다.

결국 돈이다. 당신들이 신념이란 것을 지켜내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끌어들인 돈이었다. 핏방울이 난무하는 그 가운데에서 눈을 감았고, 들려오는 비명소리를 외면하기 위해 귀를 닫았다. 당신들이 서있는 그 자리에서부터 흘러들어오는 피비린내는 당신의 감각을 마비시켜버리기 충분했다.

그렇게 부정은 부정을 낳았다. 고결하고 고귀했던 그 목적은 어느새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고결함에 미련이 남았는지 그들은 스스로에게 누더기 진 하얀 천을 수없이 둘러대고선 여전히 숭고한 존재를 모사하고 있구나.

모순적이다. 지켜내는 존재를 표방하면서도 파괴하는 이의 뒤에 숨어 기생하는 꼴이라니. 당신들의 존재를 드러내고자 하면 불쾌해하던 당신들의 표정을 나는 잊을 수 없다. 그때의 역한 공기를 온전히 기억한다. 참을 수 없는 역겨움에 막혀있던 피를 철창으로 뚫어 밖으로 뽑아냈다. 통증보다 강렬한 기억이 쏟아져내린 피의 공백을 채워내고 있구나.

 

 

우리는 어째서 자신을 부정하는가.




728x90
반응형

'영화의 여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 '몸값(Bargain)' 후기  (12) 2022.04.13
영화 :: '인생(To Live)' 후기  (12) 2022.03.22
영화 :: '퍼펙트 블루(Perfect Blue)' 후기  (10) 2022.02.14
영화 :: '화차' 후기  (15) 2022.02.08
영화 :: '도그빌(Dogville)' 후기  (12) 2022.02.0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