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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노트/생각노트

사회적 다양성에 대한 모순

by 이 장르 2020.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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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다양성에 대해 의심해본 적이 있는가. 사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간이란 존재는, 다양성의 상징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다양하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다른 종들에 비해 종 다양성에 있어 억압을 가장 적게 받는 존재. 인간은 다른 민족이나 인종과 함께하는 것을 억압하는, 타 종으로부터 받는 제약은 가장 적은 편이다. 물리적 거리의 제약성 또한 적은 편이기에 다양성에서는 타 종보다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간끼리의 차별을 제외하면 말이다.

 

인간은 가장 다양한 종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는 원하는 인간상을 제시해두곤 한다. 이러한 인간의 행위는 어쩌면 꽤 모순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성을 인정함과 동시에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 이것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 걸까.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외향적인 성향을 권유하는 것을 넘어 강요하기까지 한다. 모든 사람이 타인과 유사한 외향성을 띠어야 하며, 내향적인 사람은 진화하지 못한 인간, 혹은 외향적 인간으로 가는 과정에 있는 과도기적 인간의 형태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는 느낌을 쉽사리 지울 수 없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서 창의성이라는 것이 미래사회의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사회가 더욱 다양해질수록 창의적인 인재가 많아져야 다양한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으며, 최종적으로는 사회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외향적인 면보다 내향적인 면을 드러내는 순간에 그들의 창의적 성향이 빛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결국 창의적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이제껏 사회가 외면해왔던 인간의 내향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사회는 여전히 인간의 외향성을 강조하며, 외향적 성향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듯하다.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사회가 다루기 수월한 인간의 유형은 외향성을 지닌 인간이기 때문이다. 사회는 개인을 하나의 재화로 여기기 때문에, 사회가 다루기 쉬운 외향적 인간이 되길 강요하는 것이다. 내향형 인간이 인간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고 하면, 사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인간은 외향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여전히 사회는 인간에게 외향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사회는 철저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 그렇기에 사회는 인간이 꾸준하게 자신의 통제 아래에 존재하길 바란다. 인간이 통제에 순응하는 성향은 선택하고, 순응에 반하는 성향은 가차 없이 낙인찍어버린다. 그렇다면 예를 들어, 우유부단하다는 말은 과연 부정적인 것일까.

 

우유부단하다는 말이 사람에게 적용되었을 때, 당연스레 부정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러한 성향은 ’ 고쳐야 할 ‘ 부분으로 인식되며, 질병과 같이 취급된다. 자신에 대해 깊게 고민해보는 과정을 거치기 전부터 받은 사회적 압박은, 자신의 성향을 성향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부정적인 프레임에 껴맞춰진 자신을 부정하게 한다.

 

사회에서 어떠한 성향을 우위에 놓고, 개인이 그러한 성향을 추구하기를 강조하는 것은 사회가 그 성향을 지닌 개인을 쉽게 다룰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으로 보았을 때 우유부단하다는 것은, 자신의 신념이 있고 그것을 지킬 줄 알며, 그 신념에 맞는지 지켜볼 수 있는 인내, 그리고 사회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강단이 있는 성향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성향은 결국 사회가 개인을 쉽사리 움직이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사회와 그 사회에 세뇌당한 또 다른 피해자들이, 자신의 신념을 붙잡고 있는 이들에게 꾸준히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다. 타인에게 판단될 수 있는 성향은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서로의 다름만 존재할뿐. 이제는 나다움, 그리고 너다움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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