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제 딸을 데리러 온 큰딸에게 그것이 참 노여웠다고, 노인을 아무도 거들지않는 세태가, 심지어는 비웃기까지 하느느 사람들이 참 징그럽더라고, 생각같아서는 비아냥거리는 인간을 쫓아가서 뒤통수를 갈겨주고 싶더라고 말하자 딸이,
"엄마, 툭하면 악쓰는 노인들도 징그럽기는 마찬가지야."
실실 웃음기까지 비치며 말하는데, 갑자기 울고 싶어졌다. 더군다나 현관문을 나가면서 하여간 노인들 갑질이란,
아휴우, 진저리까지 치던 것이다.- 공선옥 '저물녘'
각박한세상.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수없기에, 그럴만한 여유가 없기에. 누구를 탓할수도없는 각박함.
확실히 노인에게 냉정한 세상이다. 그렇다고해서 젊은이들에게도 따뜻하진 않은 세상이기도 하고. 그렇기에 사회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어쩔수없이 냉정함을 학습하게 된다. 그렇게 사회에서 배운 냉정함으로 자신을 보호한다. 자신을 보호하고, 자신과 닮은 점이 있는 사람들끼리 무리지어 집단을 만들고, 보호한다. 그렇게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이 만나 경계를 만들며, 서로를 이해할수없는 세상을 만들어나간다.
콩국수 국물을 조금 더 주지않아 가게주인에게 삿대질과 함께 고래고래 소리치던 노인을 보는 시선은, 같은 공간에서 몇십년간 함께 지냈던 엄마와 딸이지만, 서로 너무나 다른 관점은 내비쳤다. 엄마는 노인을 향해 연민을, 딸은 불쾌함을 느꼈다. 아마도 엄마는, 과거의 세대가 현재의 젊은이들사이에서 살아남기란 쉽지않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르고 기존의 관점들도 함께 흘러간다.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어른은 개념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지금의 세상속에선, 어른은 더이상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지못한다. 이제 어른은 젊은사람들의 존경으로 얻어지는 훈장같은 것이 되었다. 하지만 과거의 어른이란,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적으로 존중받아야하는 사람이며, 그러한 생각을 강요받으며 살아왔던 현재의 기성세대는, 젊은세대의 존중이 자신들에게도 당연스레 적용되어야한다고 믿고있다. 이들은 아랫사람들의 도리가 노인들의 말에 경청하고 공감해주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과거에 머무는 생각일뿐이다. 현재의 세대는 나이, 직급 등의 상하관계보다 인간 대 인간으로 동등한 관계로 상대방을 대하는 것에 익숙해져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듯하다.
어쩌면 지금의 기성세대는 과도기적 세대일지도 모른다. 그들도 기성세대에게 자신의 관점을 강요받고있는 젊은세대와같은 피해자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옛날이라 불리우는 시대와 달리, 현재는 한 세대가 변할때마다 세상은 너무나 많은것들이 바뀌어버리기 때문에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것이다. 6.25전쟁이 끝난지 67년이 되었다는것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어느정도의 속도로 달려가고있는지 어렴풋이 느끼게된다. 마찬가지로 기성세대가 살았던 어린시절의 사진을 보면 꽤 오랜 과거로 느껴지곤하지만, 사진속 그 시절을 지나온 기성세대와 함께 사회에서 공존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들이 살아온 환경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수있다.
분명 서로가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할수는 없다. 살아온 환경과 지나오면서 당연시여겼던것들, 추구하는 가치관 등이 꽤 다르기때문이 아닐까싶다. 한쪽의 관점을 이해하기위해서는 다른 한쪽의 희생이 필요하다. 대부분 충돌하는 관점이라함은 과거와 비교했을때 반대의 방향으로 변해가는 경우가 많기때문이다. 기성세대가 살아온 환경에서는 상식적이지 않았던 관점이, 현재는 당연시 여겨질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요구하는 각자의 관점은 어쩌면 꽤 폭력적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기성세대는 자신들의 관점을 젊은세대에게 강제로 주입했지만, 젊은세대가 점점 사회를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나면서 기성세대가 자신들의 관점을 강요하는 행위를 '꼰대'라는 단어로 정의해버렸다. 이는 점점늘어나고있는 젊은세대의 반격이며 젊은세대가 기성세대화 되어가는 또하나의 흐름이 될수도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반격은 기성세대들이 자처한 현상이기도 하지만, 젊은세대의 관점을 기성세대에 강요하는 행위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옳고그른것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각자의 기준으로, 각자가 살아온 세대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려하고있고, 바라보고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한다. 그리고 그러한 관점을 강요하는 행위는, 나의 옆에있는 가족, 친구, 지인들까지 나와비슷한 관점으로 세상을 봐주길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행동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생각은 자기중심적인 관점에서 비롯되었을수도 있지만, 나와 함께 공감해주길 바라는 인간 본연의 외로움에서 오는 관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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