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의 여운

영화 ::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후기

by 이 장르 2020. 10. 20.
728x90
반응형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가깝고도 먼 사이. 매일을 함께한다 하지만, 서로는 서로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혹시 너는 나를, 나는 너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아니면 우리 처음 만났을 때 네가 느꼈던 나의 이미지를 꾸준히 나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시간은 흐르고 그에 맞춰 사람도 변한다. 네가 알고 있던 어제의 나는, 오늘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기억을 자주 잃어버리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자신을 찾아가고 있던 민정. 그리고 민정의 모든 것을 안다고 단정 지었던, 오만한 영수. 그 누구도 타인을 알 수도, 단정 지을 수도 없다. 우리도 평생 동안 각자가 어떤 사람인지 완벽히 알았던 적이 있는가.

 

우리는 간혹 스스로의 욕심을 위해, 서로를 함께 가는 대상으로 여기기보단 나에게 속하길, 포함되길 원한다. 하지만 연애란 것은 서로의 끄트머리부터 물들어가는 것이지, 상대방을 나에게 구겨 넣는 것이 아니다. 서로를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는 관계는 비정상적인 관계는 언젠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행복은 누구를 주체로 매겨지는가. 한쪽이 일방적으로 상대를 제한한다 해서, 혹은 상대의 제한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한다 해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지질하다는 것, 그것은 진정성 있는 것이라고, 누군가는 말한다. 가감 없는 진정성, 틀린 말은 아니다. 단지 그 솔직함엔 배려가 없을 뿐. 진정성이 아름다운 것이라는 맹목적 믿음 속에서 그들이 지질함을 내비치는 대상은 고통 속에 죽어간다. 자신의 감정이 최우선이던 그들은, 자신의 감정으로 상대를 죽이는 미성숙한 존재라는 것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지질하다는 단어에 의존해 자신의 감정을 무례하게 흩뿌리는 인간들에게, 우리가 관용을 베풀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