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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여운

영화 :: '그 후' 후기

by 이 장르 2020.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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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한 늙은이의 이야기.

 

 

사랑이란 아름다운 자들의 전유물이 아니기에, 그 모양은 늘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의 의도조차 아름답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당당할 수 없는 자들의 당당함. 그들은 분명 그 시선을 즐기고 있다. 더 나아가, 그들은 스스로 당당하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자신들의 당당함에 심취해있다. 그들이 말하길, 부끄러움이 없기에 당당하다고 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스스로를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자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긴 할까.

 

아쉽게도 그들의 무의식은 스스로의 모순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당당함에 더욱 집착하게 된다. 누군가는 그러한 당당함이 부럽다며 그들의 ‘용기‘를 동경하기도 한다.

 

영원한 것은 없다. 놀랍게도 세상의 모든 인간관계는 기한이 정해진 계약과 같다. 계약기간과 계약시기는 각자의 특수성에 따라 다르지만, 일정기간이 지나면 이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한다는 점, 양쪽 모두 재계약을 할 의사가 있어야 계약관계가 유지된다는 점은 인간관계와 계약의 닮은 점이라 할 수 있다.

 

비겁한 자들의 시작과 끝은 모호한 편이다. 이미 쥐고 있는 것들을 놓지 않으려 발악하는 모습은 그저 추하게만 느껴질 뿐이다. 어쩌면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어떠한 매개체를 통하지 않고선 자신의 모습을 마주할 수 없다는 사실이, 때론 삶의 은은한 저주가 아닐까 싶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상업영화보단 독립영화의 색채에 가깝다는 말에 공감이 됐다. 색감이나 구도, 음악을 사용하는 것이 상업영화와는 조금 다른 방향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일까.

흑백 영화에는 채색된 영화가 담아낼 수 없는 감성이 있다. 이미 색이 가득 차버린 화면을 바라보는 것과 달리, 흑백 화면에 내 경험을 담은 색감을 하나하나 채색해가며 보는 것이 흑백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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