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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노트/생각노트

숨가쁜 날들이 지나가고 홀가분해졌다

by 이 장르 2020.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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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너머로 불어오는 바람이 차가워졌다. 벌써 겨울이라니. 오늘도 여전히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나의 모습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만, 밝았던 날보다 어두웠던 날들이 더 많았기에 오히려 이런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어두운 순간을 잘 버텨줬던 지난날의 나에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여름에서 가을로, 또 겨울이 되기까지의 통로를 지나는 중. 이 시국이 되기 전에는, 그러니까 분명 작년까지는 선선한 날씨를 온몸으로 느끼기 위해 사소한 밥을 먹고, 카페를 가기보단 커피를 테이크 아웃해 산책을 했던 나날들이 이제는 멀게만 느껴지는 게 서럽기도 하고. 집에 있는 걸 좋아하던 나도 가을향에 이끌려 밖으로 나오는 순간들이 너무나도 소중했는걸.

이제는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각자의 방향으로 춤추며 요동치는 바다처럼, 각자의 박자로 반짝거리는 별빛처럼 나 또한 나만의 파장을 타고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함께 리듬에 맞춰 춤출 순 없겠지만, 각자의 리듬을 더욱 견고히 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

인생은 입체적이라는 걸 새삼 느끼는 요즘. 분명 같은 빛을 비췄는데도 어느 부분은 밝고, 또 어느 부분은 어두울 수도 있다는 걸,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주목받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존중해주는 사람들 곁에 머무르려 하는 듯해. 잠시 나를 숨긴다는 건, 어떠한 부분이 아직 완성되지 않다는 것을 나 스스로가 인정하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니까.

조금은 가벼운 리듬에 분위기를 바꿔볼까. 무언가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들 수 있게 말이야. 누가 알겠어, 그러다 진짜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날지. 아니, 어쩌면 지금 일어난 일들이 나에게 일어난 마법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게 또 그렇게 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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