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 삶의 속도가 달랐기에, 서로에게 발걸음을 맞추지 못했던 걸까.
어렵다. 노력한다고 달라질 것이 없을 것만 같아서. 불안정한 리듬을 타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끝까지 잘 버틸 수 있을까. 다짐을 하고 싶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비틀거리며 걸어가고 있는 것이 눈에 밟혀, 나 또한 이 굴레를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기에.
잔잔하던 모든 것이 쓸쓸하게 느껴지는 하루가 되어버렸다. 나는 무얼 위해 달려왔었나,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지난날 나의 고민들이 하나둘 떠오르기도 하고. 아무도 모르게 고민했던, 그 생각들은 다 어디로 갔나. 옷장 끄트머리 속에, 혹은 나프탈렌 향이 배어버린 외투 주머니 속에 넣어두었던 고민들을 적어 내다 보면 고민이 지금보다 적어질까.
그중에 하나, 남은 건 아쉬움뿐이겠지. 우리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아무 생각하지 말고 그렇게 잔잔히 흘려보내자. 기뻤던 순간들, 슬펐던 순간들 그리고 아쉬운 순간들까지 모두. 그렇게 나와 함께 지나쳐보지 않을래.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구름 떠다니는 하늘을 가끔 보며 기분 좋게 미소 지어보기도 하고. 그렇게, 천천히.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만 같은 곳으로 떠나는 기분이 들겠지만, 어쩌면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곳은 넓지 않아서 우린 결국에 만난다는 말처럼, 우리도 언젠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해 질 녘 너머 붉은빛조차 사라진 밤처럼,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 속에 지워진 웃음음 그리워하며. 그런 날이 오긴 할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긴 하지만 그건 그때의 나와 너만 알겠지.
그 시절의 행복을 그리워하던 내 안에서, 지나간 날에 대한 미련이 희미해지는 순간이 오긴 할까. 그래, 생각해보면 잊지 못할 것 같았던 순간들도 어느새 희미해지긴 하더라. 그렇게 사라져 가는 순간들이, 그 기억을 붙잡을 수도 없게 하기도 하고. 그렇게 우리는, 평범해지는 거겠지. 그럼에도 빛났던 순간이 문득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더라.
이제는 애처로운 감정에도 무뎌지고, 빛나는 곳으로 되돌아가기엔 조금 멀리 온듯해. 서운하긴, 그냥 이렇게 흘러가는 거지. 다들 이렇게 흘러가는 거지. 그래도 가끔은 그립긴 해. 지난날 어디쯤 남은 허무한 별빛, 잊힌 약속들.
고민을 적었더니 고민이 적어진 것 같기도 하고. 가끔 이런 고민조차 그리운 날들이 오겠지. 이런 고민들로 둘러싸여 있던 내 모습 또한 그리워지겠지. 그렇게 나의 고민도, 이렇게 지나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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