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 의해 조작된 기억, 그리고 그 기억 속에서 살아가는 남자. 그렇게 편집된 기억들을 모아 만들어진 하나의 이야기.
정신병 판정을 받으면 무슨 짓을 해도 미친것처럼 보인다고요. 반항은 현실 부정이고,
합당한 공포는 편집증, 생존본능은 방어기제.
보안관님, 고통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알아요? 고통은 육체가 아닌 뇌에서 비롯돼요.
뇌는 공포, 자비심, 수면, 허기, 분노를 통제해요.
모든 통제는 의외로 작은 곳에서 시작된다. 집단의 행동은 그들의 우두머리에서 비롯되듯, 인간의 모든 행동은 뇌에서 비롯된다. 그렇기에 인간의 기억은 뇌로부터 파생된 일종의 생산물이며, 때때로 뇌는 고통스러운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자신의 기억을 편집해낸다. 결국 인간은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기억의 고정, 결국 모든 것이 한 곳으로 수렴한다.
어떠한 사건에 대하여 가해자와 피해자 중 트라우마가 생기는 것은 주로 피해자 쪽이다. 가해자는 자신이 가해한 기억을 쉽게 잊곤 하는데, 그들에게 그러한 사건은 별것이 아니었거나, 혹은 자신이 가해를 저지르는 인간, 고통스러운 존재란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의 기억을 편집하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자애로운 인간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 않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스스로의 기억을 편집하는 것이다.
세상에 순수한 도덕성은 없어요. 도덕성 자체가 없죠.
진리는 단 하나, 누가 더 폭력적인 사람인가?
도덕이란 것은 인간의 본능을 거스르는 규범과도 같은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에게는 도덕성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운 형태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도덕성을 지킬 것을 요구하는 행위의 이유는 아마도 인간에 대한 통제를 위함이 아닐까. 인간의 본성은 본래 이기적이며, 이기심을 지켜내기 위해 폭력을 사용한다.
좁은 의미로는 자신 스스로를 통제하기 위해, 조금 더 확장해서 인간들을 통제하기 위해 인간에게 도덕성을 내세운다. 만약 세상에 도덕 혹은 도덕과 유사한 것을 표현할 단어나 문장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인간은 도덕적인 삶을 위해 노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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