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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여운

영화 ::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후기

by 이 장르 2020.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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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고 싶은 기억 그리고 상실. 그들은 서로에게 솔직했고, 또 그만큼 비겁했다. 결국 그들은 기억에서 도망쳤다. 아마도 그들은 상실을 겪는 과정을 감기쯤으로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더라. 우리는 모든 감각에 자국을 남기며 온몸으로 기억해낸다. 기억이란 것이, 노트처럼 버리고 싶은 페이지를 찢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서로의 흔적을 쉽사리 지워낼 수 없었다.

 

사실 망각은 흔하디 흔한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잊고 싶은 기억들은 지독하게도 우리 곁을 떠나 주지 않을 때가 있다. 나는 대체, 잊으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과 잊고 싶지 않아도 서서히 희미해지는 기억의 그 어디쯤에 서있는 걸까. 그렇게 애증의 기억은 돌고 돌아 결국 나에게 돌아왔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모든 것에 능숙 해질 줄 알았다. 그러나 잔인하게도 시간으로 덮이지 않는 것도 있나 보다. 생각해보면 상실은 언제나 그랬다. 모든 것은 유한하기에 언젠간 상실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막상 상실의 시간이 다가오면 이상하리만치 낯설게 느껴진다. 다가오는 상실은 잠시나마 늦출 수는 있으나, 부정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그 누구도 상실을 준비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으니.

 

그렇다면 상실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 일까.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는 어쩌면 기억을 기억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서로에 대한 기억이 다른만큼, 우리는 같은 것을 보고 있더라도 다르게 기억할 수 있으니.

 

 

 

"이제 곧 사라질 거야."

"알아."

"우리 어쩌지?"

"이 순간을 즐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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