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구미코 그리고 조제의 조제. 츠네오의 단순한 호기심이었을까, 아니면 연민이었을까. 그렇게 시작된 흐릿한 감정은 조금씩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다르다는 것에 끌려 결국 다르다는 이유로 이별했다.
츠네오가 감당하지 못했던 것은 조제의 투정이었을까, 아니면 현실의 무게였을까. 그들은 상실에 있어 의외로 담담했다. 마치 언젠가 서로를 떠나갈 것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듯.
아니, 사실 조제만은 그랬다. 이전의 상실에, 앞으로의 상실을 맞이할 때 조금 덜 상처 받을 수 있도록. 언젠가 앞으로 닥쳐올 상실을 담담하게 준비했다. 상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조제의 태도에, 츠네오 또한 자신도 그렇게 받아들여야 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믿었던듯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우리에게 꼭 들어맞는 무언가를 요구하지만, 감정이라는 것은 여전히 아날로그 일수밖에 없어 조금씩 어그러지기 십상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듯했다. 천천히, 그리고 가늘게. 지난날의 감정들과 지금의 감정이 쌓여 오늘의 내가, 그리고 네가 여기에 있다.
그렇게 그들은 돌고 돌아 다시 만난 거라 믿었지만, 그저 돌고도는 과정에서 우연히 스치는 인연이었나 보다. 서로가 서로에게 마지막인 줄 알았는데 그저 잠시 들렀던 정류장이었나 보다.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 꽃잎을 한 장씩 떼며 운에 맡기듯 번갈아가지만 결국 그 끝은 헤어짐이었다. 우리의 만남은 늘 이런 식이다. 온갖 기대를 쥐어주고는 잔인하게도 한순간에 빼앗아버린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영원하길 바라는 인간은 여전히 어리석구나.
호랑이, 너와 함께였기에 볼 수 있었던.
그리고 물고기들, 우리들의 눈앞에 펼쳐졌던.
조제 그리고 츠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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