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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여운

영화 :: '연애의 온도' 후기

by 이 장르 2020.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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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줄만 알았던 우리의 연애도 결국 세상에 흔하디흔한, 그저 그런 만남 중 하나였나 보다. 결국 아름다운 이별이란 없었고, 각자의 감정에 최선을 다했기에 서로의 끝을 내보였다. 서로에 대한 감정이 여전히 남아있었기에 그토록 질척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끊어졌던 관계를 억지로 쥐어보았지만, 그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결국 또다시 끝이 났다. 마치 레일 위의 기차를 떼어 뒤로 미뤄놓은 것처럼, 또다시 우리는 헤어졌다. 또 그런 이유로 헤어졌다. 결국 우리가 원했던 것은, 각자의 감정을 털어낼 수 있는 시간이었나 보다. 비로소 감정을 털어낸 후에야, 우리는 정말로 헤어질 수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한없이 아름답게만 비쳤던 연애였는데, 왜 우리 연애의 끝은 그리 아름답지 않은 걸까. 서로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에서일까. 때로는 세상에 아름다운 것이 맞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 인간은 어리석고, 시간이 지난 후에는 연애의 즐거웠던 순간만 떠올리며 또다시 연애를 한다.

누군가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내가 이 세상의 주연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버린 시점에서, 누군가의 인생에서는 주연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살아있음을 느끼기에 충분하니 말이다. 연애는 그렇게, 이성적이길 강요받던 세상에서 감성적일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일 테니 그럴 수도 있겠다.

인간은 늘 이런 식이다. 불가능할 것임을 알면서도 가장 특별한 존재가 되길 수없이 갈망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잠시 동안 특별해지는 그 순간이 너무나 달콤해서, 여전히 우리는 사랑을 갈망하는 것일까. 아마 그런 이유로 우리는 여전히 사랑 이야기에 설레고 웃고, 또 우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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