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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었던 것, 알고 싶었던 것, 그리고 알고 싶지 않았던 것들. 바람, 그저 잠시 스쳐 지나가는 바람인지 혹은 모두를 깊은 물속으로 빠뜨려버릴 태풍인지. 그게 무엇이든, 우리가 막아내기엔 너무 벅찼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말로 지나치기엔, 내 삶을 흔들어놓았는걸.
세상에는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너무나 많았다. 무기력, 그리고 또다시 무기력. 인생은 무기력의 연속이 아닐까 싶을 정도이니. 학습된 무기력은 우리를 또 다른 무기력으로 인도해 준다. 어쩌면 무기력을 학습시키는 것은, 세상이 인간에게 해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배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때때로 우리는 무언가를 이루어낼 수 있을 줄 아는, 착각 속에 빠져 살아간다. 어쩌면 바깥세상이 어떤지 깨닫기엔 아직은 너무나 여려, 착각이라는 곳에 잠시 우리를 담가둔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멋모르고 올라온 수면 위는 텃새라도 부리는 듯, 따갑고 건조하게 만들어버린다. 또 어느새 적응해 버린 건지, 잠겨살아가기엔 끄트머리에 겨우 붙어있는 아가미가 벌써 말라버렸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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