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여느 주말과 다를 바 없는 아침이다. 그래도 굳이 다른 점을 찾아보자면, 아마도 떡국을 먹는다는 것 정도.
어릴 땐 새해 첫날의 '첫'이라는 것에 꽤 많은 의미를 부여했더랬다. 일상에서 늘 해왔던 것들이, 이날만큼은 올해의 처음이라는 수식어를 달고서 또 다른 의미를 부여받아 조금 특별해졌다. 하지만 이것도 경력으로 쳐주는지, 이십 몇여 번째즈음 되니 이제는 조금 능숙해졌다고 해야할까. 처음이라는 설렘보다 나이라는 숫자가 바뀌는것에 더 신경쓰이니말이다. 아무래도 새해를 맞이하는것도 경력이 쌓여 무뎌졌나보다.
덕분에 이제는 나이를 먹는것에 대한 호들갑스러운 마음이 예전보다는 잦아들었다. 이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인걸까. 간혹 의미있는 인생을 살기위해 고군분투를 하는 내자신을 보고있노라면, 새로운것에 대한 설렘을 느끼지못하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것같기도하고. 새로운것도 언젠가 또 무뎌질날이 오겠지.
무의미한 시간, 무의미한 인생은 없다더라. 아니, 좀 무의미하면 어떤가.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기위해 필요한 시간들일지도 모르는데 말야. 세상에 의미없는것은 없지만, 굳이 의미를 둘 필요는 없지않을까.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규정된 의미에 끌려가는 사람들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꽤나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겠지만, 그만큼 내가 온전히 나로 남을수있다는 자체가 가치있는 삶이 아닐까.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의미를 두지 않는 연습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의미 중독에서 조금은 벗어날수있을텐데.
가끔은 흘러가는대로 둘수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걸 느끼곤 한다. 아무렇게나 사는것같이보이겠지만, 이것도 분명 쉬운일은 아닐거라고. 예상치못했던 것들을 오롯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순간들을 분명 마주할텐데말야.
의미를 자꾸 넣다보면 미련도 덩달아 늘어지는듯하다. 그러다보면 그 시간이 나에게 너무나 무겁게 느껴진단말이지. 그러면 의미라는게, 자꾸 내 바짓가랑이 끄트머리를 붙잡고서는 놔주지않을까 두려움이 밀려오더라고. 그렇게 멈춰버리는게 아닐까하고말야.
의미없이 살아요. 그러다보면 모순적이게도 삶의 의미가 조금씩 보이니까. 의미없는 시간들을 모아 타인이 아닌, 나만의 의미를 부여하게되는 행복한 인생을 꾸려가보자고.
'글노트 > 생각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또다시 실패했다 (5) | 2021.01.18 |
---|---|
되찾은 부끄러움 (4) | 2021.01.12 |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는데 즐길 수 있는 걸 피했었다 (12) | 2020.12.31 |
한정(限定)의 비애 (2) | 2020.12.29 |
상대적 박탈감에 대하여 (12) | 2020.12.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