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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여운

영화 :: '500일의 썸머(500 Days Of Summer)' 후기

by 이 장르 2021.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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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넘기고도 절반이 흘러버린, 길고 긴 여름이었다. 이전에 알던 여름과는 다르게 춥기도, 따뜻하기도 했던 이상한 여름이었다.

운명을 부정하는 여자와, 운명을 믿는 남자. 어린 시절 그리고 몇 안 되는 경험들로 이루어진 그들의 가치관. 친구라는 이름으로 꾸역꾸역 가려뒀던 그 남자의 마음. 그리고 어설프게 가려둔 마음을 이미 봤으면서도 못 본체하고 있는 여자. 쫓고 쫓기는 것처럼, 어쩌면 맞출 수 있던 타이밍을 고의적으로 요리조리 피해 가고 있었다.

완벽하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 맞춰가는 것은 분명 아름다운 장면만 볼 수 없더랬다. 완벽하지 못했기에 아름다운 장면만 골라 기억에 담아둔 게 아닐까. 사랑했을 때 기억에 하나둘 담아뒀던, 좋았던 기억들이 언제 그렇게 색이 바래버렸는지. 내가 좋아했던 너의 모든 것이, 결국 너를 잊기 위한 증오로 뒤엎으며 하나의 발악이 되었다.

사랑했기에 충분히 찌질했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어설프게 덮어버리려 할 때에도 때아닌 쿨한 척을 해댔더랬다. 그렇게 해야만 함께할 수 있을듯해서, 불안함을 인내하는 대신 얻어낸 당신과의 시간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생각했다. 그만큼 어리석었고, 순수했더랬다.

운명이란 것이 있는지, 가끔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있지도 않는 운명이라는 것을 만들어 현재까지의 실패를 묻어두려는 합리적 시도인가 싶기도 하고. 어쩌면 운명이란 건 없지 않을까 싶다. 아니, 정해진 운명이라는 것만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운명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멈칫했던 발걸음을 믿어보기로 했다.

완벽한 연애란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너도 나도 완벽하지 않기에 우리는 완벽한 연애를 만들어갈 수 없을 것이다. 수없이 어설프기만 할 우리의 연애를, 어슷하게 만들어내는 재미가 있을 테니.

이제는 무사히 여름을 보내고 다가올 가을을 맞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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