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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여운

영화 :: '자유연기' 후기

by 이 장르 2021.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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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아니 사실 여전히 꿔오고 있는 꿈. 행복하기 위해서 한 결혼이 꿈을 희미하게 할 줄은 몰랐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울어재끼던 아이를 안고 20평 남짓한 공간에서 버티고 있었다. 드넓은 세상에서 살았던 기억들이 무뎌지며, 나의 세상은 어른이 되면 될수록 좁아지고 있다.

홀로 고군분투해야 하는 삶을 버텨낸다 해도, 그저 보람 없는 시간의 연속일 뿐. 나보다 실력 없다던 그 선배는 찬찬히 꿈을 이뤄가고 있었고, 내 못난 열등감은 스멀스멀 올라와 현실에 대한 분노로 자리 잡았다. 내가 부럽다는 선배의 말에 그저 웃기만 했던 내 모습에서 슬픔을 보긴 했을까.

본인도 힘들다는 당신의 말에, 그래도 당신은 하고 싶은 걸 하기 때문에 힘든 것이라는 말이 목 끝까지 끌어 올랐지만 그런 말을 한다 해도 변할 것은 없겠지. 하고 싶은 일을 하지도 못하고 고통스럽기만 한 내 삶을 당신은 앞으로도 모르겠지. 알고 싶어 하지도 않을 테고.

대사 두 마디의 단역을 하기 위해 설렜던 지난날의 모습이 너무나 부질없게 느껴졌다. 이름도 불리지 못하는 인물의 처지가 새삼 서글퍼졌다. 오디션 시간에 지각을 했던 담당자에게도, 두 마디의 대사를 던져주고는 뭐 그리 대단한 배역을 준 것처럼 특기뿐만 아니라 자유연기까지 해보라던 감독에게, 나는 단지 갑, 을, 병, 정 중에서도 '정'일뿐이었다. 대사 몇 마디밖에 없는 배우는 그런 존재였다.

아이 때문에 담배 하나 맘대로 피우지 못했던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선배가 남기고 간 담배를 피웠다. 내가 유일하게 나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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