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의 여운

영화 ::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 후기

by 이 장르 2021. 2. 25.
728x90
반응형

 

 

국민이 정부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

국가와 국민. 그들은 공생관계일까, 대립관계일까. 정부는 한 인물을 나타내는 것일까, 국민 전체를 나타내는 것일까. 여전히 국민의 주권을 돌려주지 않는 국가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아있을까. 태어날 때부터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 정의였을까, 혹은 국민들 손에 쥐어져있던 주권을 누군가가 약탈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을까. 이들은 외부의 사례로부터 자극을 받아 주권을 되찾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을까.

분명 당연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이 자체가 당연하지 않던 시기가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되찾기 위해 최선을 다해 투쟁했다. 대표자라 자칭하던 무리들은 이것을 폭동, 테러로 치부하며 또 다른 선동을 시도했다. 다행인 것은, 우리는 우리가 지켜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 그렇게 겁 없이 샘솟아 오르는 그들의 욕심을 이들의 피로 막아내고 있었다.

과거 그리고 현재, 여전히 타인에게 머물러있는 현재 우리의 주권은 이상하리만치 더 이상의 움직임이 없는듯했다. 국민이 정부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세계 곳곳, 특히 아시아의 몇몇 국가와 지역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탄압은 그곳에 살아가고 있던 이들을 두려움 속에 붙잡아두고 있다. 불행 중 다행히도 그들은 자신들이 경험하고 있는 두려움에 맞서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현재가 아닌 앞으로의 나날들을 위해.

 

널 쓰러뜨린 건, 내 칼이 아닌 네 과거다.

 

결국 타인을 희생시켜 누린 것들은 부메랑처럼 되돌아온다. 인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꽤나 나약한 존재일 뿐이다. 하물며 인간에게 무언가를 거스를 정도의 힘이 있겠는가. 순리를 잠시 동안, 그러니까 인간의 한 생애 정도는 거스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결국 모든 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흐름의 원천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은연중에 알고 있다. 이러한 직감이 우리를 투쟁하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약탈의 최후는 결국 파멸이다. 자신의 과거를 덮어보기 위해 끈질긴 입막음을 시도해 본다 할지라도 지난날의 역사는 쉬이 사라지진 않는다. 결국 기억하는 누군가에 의해 다시 표면 위로 드러나기 마련이며,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발버둥 쳐본다 한들, 그들은 자신들이 고의적으로 누려왔던 과거에서 도망칠 수 없다. 결국 그들의 끝에는 자신들의 과거가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내 입을 막으려고 누군가 전화통에 고함을 질러대고 곧 특공대가 오겠죠.
왜일까요? 정부가 대화 대신 곤봉을 휘둘러도
언어의 강력한 힘이 의미 전달을 넘어서 들으려 하는 자에게 진실을 전해서죠.
그 진실이란, 이 나라가 단단히 잘못됐단 겁니다.
잔학함, 부정, 편협함, 탄압이 만연하고,
한땐 자유로운 비판과 사고, 의사 표현이 가능했지만 이젠 온갖 감시 속에 침묵을 강요당하죠.
어쩌다 이렇게 됐죠? 누구 잘못입니까?
물론,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고, 이 지경이 되도록 방관한 건 바로 여러분입니다.
이유는 간단해요. 두려웠던 거죠. 누군들 아니겠습니까?
전쟁, 테러, 질병, 수많은 문제가 연쇄 작용을 일으켜 여러분의 이성과 상식을 마비시켰죠.
공포에 사로잡힌 여러분은 서둘러 의장한테 구원을 요청했고,
그는 질서와 평화를 약속하며 침묵과 절대복종을 요구했지요.
어젯밤, 난 침묵을 깼습니다. 재판소를 파괴해 조국에 잊힌 가치를 일깨워줬죠.
400여 년 전 한 위대한 시민이 11월 5일을 우리 뇌리에 각인시켰습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공평함, 정의, 자유가 단순한 단어가 아닌, 관점임을 알리길 원했죠.
눈을 가리고 살았고, 정부의 범죄를 알지 못한다면, 11월 5일을 무시하고 지나가십시오.
하지만 나와 생각이 같고, 내가 느끼는 것과 추구하는 것에 공감한다면 들고일어나십시오.
정확히 1년 후 의사당 앞에서. 그들에게 11월 5일의 진정한 의미를 다신 잊지 못하게 해줍시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