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한 번뿐일 것 같은 사람이었다. 흔들리던 갈대 소리에 이끌린 건가, 아니면 감정 소리에 이끌린 건가. 어느새 이곳, 강릉까지 오게 되었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내가 조금 더 노력하면 되는 걸까 싶다가도 너무나 당연해진 내 자신이, 기다리기만 한 내 자신이 안쓰러워져 그 사람을 향해 꿈틀대보기도 했다. 그저 함께하고 싶어 한 노력이, 너에게 나를 당연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네 앞에서 나는 그저, 동네 슈퍼마켓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라면 같은 정도의 사람이었나 보다.
김치는 내가 만들면 된다는 말이, 그 사람에겐 한낱 어리광으로 들렸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각자 지나왔던 경험은 너무나도 달랐고, 그 차이를 매우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어리석게도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깨달았다. 그 사람에게 결혼은, 다시는 되짚어가고 싶지 않을 그 시간으로 되돌려놓는 시도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랑이란 게 당신에겐 그런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당신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우리가 느끼는 감정의 위치는 아무래도 많이 다른듯했다.
찌질했다. 내가 생각해도 네 앞에서의 나는 참 구차했다. 당장 너를 보러 가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지만, 바라는 마음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그 어느 것도 없나 보다. 그래, 어쩌면 내 마음을 자꾸만 내세웠던 것이 너에게는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겠다.
찾을 수 있을까. 너와 내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어느 높이에 있는지와 상관없이 우리는 서로를 찾아갈 수 있을까. 분명 처음에는 의심이 들지 않아 향해왔던 강릉이었는데, 이제는 나도 잘 모르겠다.
지나간 버스와 사람은 잡지 않는 것이라는 할머니의 말에, 마음에 욱여뒀던 슬픔이 한 번에 터져버렸다. 아름다웠던 순간을 그리며 아름답지 않은 순간 또한 버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마음이 아려와 그럴 수가 없었다.
성숙이라는 표현과 거리가 먼 나는, 너와 멀어져야만 하는 운명을 이제는 받아들여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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