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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여운

영화 :: '4월 이야기(四月物語, April Story)' 후기

by 이 장르 2021.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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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는 나의 꿈이었다. 나는 그 꿈을 따라 도쿄로 왔다. 무작정 이곳에 오면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또 그렇게 쉽게 흘러가진 않았다. 매일같이 출근도장을 찍었던 책방에선 내가 원하는 책을 찾을 수 없었다. 아, 책이 아니려나.

여느 때와 같이 버릇처럼 들렀던 책방에서 우연히 그를 마주쳤다. 그토록 그리던 순간이었는데 그저 스쳐 지나가기만 한순간이었다. 역시 꿈은 꿈으로만 남을 수밖에 없는 건가 보다. 허무함이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잘 있구나, 그렇구나라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도쿄에 무작정 올라올 수 있었던 목표는 단지 하나였기에, 이곳에서의 생활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외롭고 또 외로웠다. 도쿄에서의 삶을 버티게 해줄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용기 내어 건넨 손을 쉽게 잡아주는 이는 없었다.

도쿄는 원래부터 이런 곳이었을까. 이미 견고해진듯한 그들 사이엔 내가 들어갈 공간이 남아있긴 한 걸까. 캠퍼스 안 수많은 사람들 속에 있어도 누군가와 함께한 단 소속감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 아마 더욱 그 책방을 찾아갔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책방은 내가 숨을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였는지도 모른다. 나를 발견해 주었으면 했다. 구석진 곳에 홀로 떨고 있는 아기 고양이처럼 그저 알아주기만을 바랐다.

우연한 날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책방에 나와 집에 가려 하는 순간 당신이 나를 알아보던, 정말로 우연한 날이었다. 짧은 대화에 뭐 이리 들떴던지 빌려주겠다던 우산에도 손사래를 쳤다. 그저 우연히 지나가는 비라고 생각했지만 그 우연은 생각보다 강했다. 당신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우연스레 한 번 더 얻었더랬다.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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