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노트/월간 글노트

2021. 03. 월간 글노트

by 이 장르 2021. 4. 5.
728x90
반응형

 

 

생각보다 바빴던 3월이었다. 잊고 살아왔는데 지난날의 여행 사진을 인스타그램에서 문득 보여줄 때마다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싶다. 몇 주 전보다 얇아진 겉옷을 걸치고, 밝아진 출퇴근길을 오갈 때면 이렇게나 빠르게 변할 일인가 싶으면서도 또 생각해 보면 얼마나 어두워진 곳에 익숙해졌다고 이렇게 밝아진 것에 낯설어 할 일인가 싶기도 했다.

올해 생일은 깊은 축하를 생각보다 여럿에게 받았다. 한때는 함께했지만 서로의 삶이 바빠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던, 하지만 선뜻 먼저 연락하기에 쉽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감사하게도 먼저 연락이 왔다. 오랜 기간 만나지 못해 이쯤 되면 축하조차 해주지 않아도 이상할 게 없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받아 그저 고마울 뿐이다.

사실 인간의 관계라는 것은 언제나 맺고 끊길 수 있으며, 서로가 나름대로의 노력을 해야 유지된다고 생각해왔더랬다. 그러니 오랜 기간 마주하지 못했다면 당연하게 나보다, 더 가까이에서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을 챙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잊지 않아주였고, 그건 생각했던 것보다 더 기쁜 일이었다. 누군가에게 나는 여전히 기억되는 존재였구나.

당신들이 기억하는 그때 그 시절의 나는, 여전하지 않을 수도, 지금 여기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조차 잊고 지내왔던 그 시절의 나를 꺼내볼 수 있도록, 그 시간을 끄집어내주어 고맙다.

앞으로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지, 그래서 우리가 언제까지 연락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게 언제까지라도 당신들이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해 줘서 고마울 뿐이다. 그 시절을 간직해 줘서, 그리고 그 시간 속에 나를 담아줘서 고마워.

 

 

 

 

728x90
반응형

'글노트 > 월간 글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 05. 월간 글노트  (2) 2021.05.31
2021. 04. 월간 글노트  (8) 2021.05.04
2021. 02. 월간 글노트  (12) 2021.03.25
2021. 01. 월간 글노트  (0) 2021.02.05
2020. 12. 월간 글노트  (2) 2021.01.0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