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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노트/월간 글노트

2021. 01. 월간 글노트

by 이 장르 2021.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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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여전히 2020이란 숫자에 1을 더한다는 게 여전히 익숙하지 않아 사용했던 수정테이프의 길이는 벌써 몇 미터째인지.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그렇다 할 남은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다시 시작하기엔 너무 늦은듯한 이 기분을 알까. 그나마 남은 자존심이라면, 그동안의 노력을 부정하긴 싫어 만들어낸 도둑. 그간 쌓아왔던 노력들을 도둑맞았다 생각하지만 결국엔 다 내 잘못인듯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무엇이든 해낼 것 같은 자신감으로 시작됐던 2020년에, 막상 해낸 것이라곤 손가락 개수보다 적어 공허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분명 꾸준히 발버둥 쳤던 것 같은데 앞으로 나가기보단 뒤처지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었나 보다.

여전히 나는, 미련을 버리는 연습을 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제약에 불평을 품기보단 제약이 주는 가능성을 보리라 마음먹었지만 여전히 나는 인간이고, 인간임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사회적인 눈치를 보느라 발가벗겨지듯 드러내졌던 나에게는 오히려 마스크 안으로 숨을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때때로 코로나는 나의 핑계가 되어주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꾸준한 강요가 있었던 것들에 대한 공식적인 핑곗거리가 되어 나를 보호해 주기도 했다.

어쩌면 이 상황은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기간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여태까지 인지하지 못했던, 혹은 알고 있었지만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할지 막막해서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던 여러 문제들이 하나둘 수면 위로 드러났고, 여전히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이것은 분명 인간의 의지만으로는 이렇게 짧은 시기에 해낼 수 없는 것임을 우리는 은연중 알고 있다.

훗날 이러했던 상황을 돌이켜볼 때, 지금보다는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그때에는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불편이 어떠한 결과를 가지고 왔는지 명확하게 드러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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