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사람과 맞대어 살아가야 하는 삶이지만, 그게 참 녹록지 않다는 걸 새삼 느끼는 순간의 연속이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사람 마음을 어떻게 다 따라갈 수 있을까. 사실 사람들의 방향이 각기 달라, 이리저리 따라가다 보면 어느샌가 나를 잃어버리게 되는데도 말이다.
어릴 때는 그저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 줬으면 했다. 아마도 그때는 누군가가 나를 미워할 수도 있다는 걸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듯했다. 누군가의 미움을 사는 게 싫었다. 딱히 이렇다 할 이유랄 건 없었던 것 같다. 그때는 그냥 그랬다. 주변 사람들도 다 그랬으니까.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나는 그저 스스로를 미움이라는 굴레에 가둬버린 게 아니었을까. 그 속에 나를 방치해 뒀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 시기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하여 끊임없이 생각했었다. 미움을 받지 않기 위한 나름의 발악이라고 해두자. 어쩌면 이때의 고민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줬는지도 모른다. 결국 이 시기는 나에게 필연적이었지만, 그 과정은 꽤나 고통스러웠다. 시간이 지난 지금, 인간관계로 인한 고통이란 게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주변 또래들에 비해서는 인간관계에 휘둘리지 않는 편이니 그걸로 된 걸 수도 있고.
생각해 보니 나는 미움을 산 적이 없었다. 아무도 판 적이 않았거든. 이제는 그저 흐르는 대로 몸을 맡겨보기로 했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할까. 사실 누군가 나를 미워한다 해도 변하는 것은 없었다. 나는 나고, 그 사람은 그 사람일 뿐이다. 상처투성이였던 나의 기준을 타인으로부터 내면으로 옮겨보니 비로소 타인의 말에 요동치지 않고 온전히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모순적이게도 기준을 타인에게 내어주지 않으니 미움을 받지 않게 되었다. 물론 내가 타인의 미움에 대해 무뎌진 탓에 인식하지 못하는 미움도 있겠지만 말이다. 무뎌진다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이렇게 스스로를 지켜 나갈 수 있다면 말이다. 내가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나를 지켜주지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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