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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결혼이라니. 생각해 보니 앞자리가 바뀌는 두 번째 순간도 머지않았네. 청첩장 받을 때 함께 받았던 포토북을 집에 와서 찬찬히 넘겨보니 잔잔하게도 우리, 오랜 시간을 꾸준히 겹쳐왔나봐.
스무 살이 갓 지난 우리는 분명 어렸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제는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들이 점점 현실적이라는 표현과 가까워지는 것 같아, 우리도 결국 어른이 되어가는구나 싶어. 오고 가는 대화 속에서 조금씩 떫은맛이 느껴지기도 하고. 이제 정말 우리, 마냥 어릴 수만은 없는 거구나. 분명 나는 이상주의자가 아닌데도 이런 기분을 느낀다는 건, 어른이 된다는 게 마냥 좋은 건 아니라는 뜻이겠지.
다들 결혼이란 게 인생의 새로운 출발선이라 하지만, 그보단 조금 더 어른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는 게 아닐까 싶어.
너는 어른이었구나. 누군가를 인생에 들일 만큼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 되었구나. 누군가와 함께 발맞춰가려는 사람들이 주변에 한두 명씩 늘어날 때마다, 나도 그런 여유가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조금 더 여유를 가져보려 노력하게 되는듯해. 덕분에 말이야. 그게 결혼 때문이 아니더라도.
예쁜 날 예쁜 글씨로 맞아주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해. 그래도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남들 못지않으니, 그걸로 봐줘.
결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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