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성의 법칙이란 게 있다. 우리는 지금 누리고 있는, 평범함이라고 칭해지는 것을 지속적으로 누리길 바란다. 평범함을 지켜낸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사실 평범함, 평화라는 것은 꽤나 주관적이기에 그 가치도, 기준도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불안정하기에, 통제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들 속에 끊임없이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 또한 우리는 알고 있다. 이러한 변수를 또 다른 변수로 통제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심이 영웅을 만들어버렸다.
창작은 대체로 모방으로부터 파생된다. 세상에 수많은 창작된 이야기들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이야기가 익숙하게 느껴지고, 그 이야기에 수월하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역사에서, 혹은 현실에서 이러한 사건을 흔히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인간은 끊임없는 욕심을 뿜어내는 존재였다. 채워지지 않는 욕심을 채우기 위해 영웅이라는 존재를 세워 이용하기 시작했다. 사실 영웅이란 존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실제로 비범하다기보다, 어떠한 존재들로부터 세뇌당해 비범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 살아가는 이들이 아닐까 싶었다. 누군가 혹은 어떠한 집단은 이들을 이용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때엔 영웅이라는 칭호를 쥐여주고 끝없이 쥐어짜놓고선, 쓸모 없어지면 쉽게 버려버린다. 결국 이러한 인간의 모순이 배트맨을 영웅의 동상에서 내려오게 만들었다.
영웅은 어쩌다 평범한 인간이 되었나. 어쩌면 우리가 영웅을 만들었고, 모순적이게도 그 영웅이 다시 평범해지길 바란 걸지도 모른다. 결국 영웅이라는 변수를 바라면서도, 나를 평범하게 만들어버리는 영웅이라는 존재에 열등감을 느끼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모순이었다.
앞으로 이 세상에는 영웅이 존재하지 않았으면 한다. 세상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존재일지 몰라도, 한 개인의 삶으로 보았을 땐 비참할 뿐이니. 영웅들이 그저 평범하게 사람들 사이에 섞여, 평범하게 살아가길 바랄 뿐이다. 그들에게도 평범할 권리는 있으니.
'영화의 여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 '레베카(Rebecca)' 후기 (16) | 2021.06.01 |
---|---|
영화 :: '조커(Joker)' 후기 (18) | 2021.05.17 |
영화 :: '비포 미드나잇(Before Midnight)' 후기 (6) | 2021.04.27 |
영화 :: '가스등(Gaslight)' 후기 (10) | 2021.04.26 |
영화 :: '아사코(寝ても覚めても, Asako I & II)' 후기 (2) | 2021.04.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