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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다고 믿어왔던 것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어제의 진실은 오늘의 거짓이 될 수도 있다. 흐르고 또 흘러버리는 바다처럼, 그렇게 거짓은 사실속에 묻혀 흘러갈 수 있는게 인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모두가 피해자였다. 레베카라는 환영에 싸여 고통받았던 여자, 또 그 환영을 그리워하는 여자, 그리고 사회적 제약 속에서 최대한의 자유를 얻었지만, 인간으로서의 자유를 내려놓아야만 했던 여자. 결국 가문의 명예를 강요했던, 꿈 없는 좋은 아내가 되길 강요했던, 그리고 전부인의 환상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그들은, 모두 사회가 만들어낸 희생자였다.
표면적으로 비극의 원흉은 레베카를 가리키고 있지만, 사실 이 모든 일의 근원은 각자 품고 있었던 스스로의 열등감이었다. 다시 말해 레베카는 열등감의 다른 이름이었고, 사람들은 그것을 자신의 열등감이라고 인정하지 않기 위해 레베카라는 존재를 만들어 낸 것이다. 레베카는 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음에도 분노의 대상이 되었다. 결국 레베카는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허상일지도 모른다.
나는 어떠한 레베카를 만들어내고 있는가.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낸 레베카의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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