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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노트/생각노트

하고 싶은 게 있어서 방황하는 거였다

by 이 장르 2021.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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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비가 추적거린다. 어제 연차를 내어 꾸역꾸역 강남을 다녀온 것이 다행 일정 도로 날씨가 좋지 않다. 아침 일찍부터 부랴부랴 챙겨 도착한 회사에는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 오늘은 여분의 카메라 배터리도, 끄적거리며 적어온 것도 없기에 콘센트에 배터리 거치대를 꽂아두고 때묻은 보라색 아이패드를 들었다. 탕비실 불을 켜고 테이블 의자에 앉아 유튜브 영상들을 뒤적거렸다. 사실 도착해서 어제 촬영한 영상들을 편집하려 했으나 용량이 너무 커, 아직 옮기지 못한 영상 다섯 개씩이나 남아있었다. 그러니까 카메라 배터리의 충전이 끝나기 전까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마음에 드는 영상이 나오기 전까지 영상들을 손가락으로 밀어내리는 것뿐이었다.

문득 어제 고궁이라도 다녀올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사실 카메라에 삼각대까지 챙겨 나간 김에 지하철 몇 정거장만 더 가면 서울의 야경을 담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내일 또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에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이렇게 시간이 쌓여갈수록 나를 조여오는 제약이 서글프게 느껴졌다.

오른쪽 발목이 시큰거렸다. 오늘 아침 출근길, 눈앞에 깜빡이는 파란불을 놓치기 싫어 뛰다가 접질렸던 발목이었다. 괜스레 울적해졌다. 아침부터 그렇게나 부지런을 떨었던 이유가 겨우 유튜브 영상이나 뒤적거리기 위함이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서였을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창문을 봤다. 버릇이다. 비깥세상을 갈망하면서도 여전히 나가지못하는 시간의 볼모로 살아가고있다는것을, 이 버릇으로인해 문득 느끼게된다. 창문너머 보이는 풍경은 확실히 아까보다 밝아졌다. 언제 비구름이 지나간건지 의문일정도로 날씨가 변덕스럽다. 생각해보면 지금의 내모습도 별다를바없지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가 또 저러다가. 시시때때로 변해가는 날씨처럼, 어느것하나 정착하지못하고 헤매고있었다.

사실 하고싶은게 있어서 방황하는 거였다. 지금 당장의 안정을 느끼기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않아야 하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꾸준히 애써보는것은, 무언가를 해내고싶다는 또다른 표현방법일수도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나는 스스로에게 귀기울이고 있다는것을 자부하면서도, 또 그렇지못했나보다.

사실 짧게 쓰려했던 서론이, 주절거리다보니 나름대로 길어져 벌써 여기까지 다다랐다. 언제까지 하고싶은것을 할수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할수있을때까진 하고싶은걸 해보며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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