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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여운

영화 :: '그녀(Her)' 후기

by 이 장르 2020.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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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프로그램은 사람을 대체할 수 없었다.

 

 

인간은 무의식 중에 자신이 경험한, 경험하고 싶은 여러 감정에 대하여 등급을 매기곤 한다.

 

모든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감정, 대다수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감정, 일부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감정, 소수와 공유하고 싶은 감정, 한 명과 공유하고 싶은 감정,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공유하고 싶지 않은 감정까지.

 

감정의 깊이는, 예상할 수 있다 시피 모두에게서 한 사람으로 향할 때 그 깊이가 깊어진다.

 

감정은 대부분 비슷한 질량을 가지게 되는데, 그것을 모든 사람과 나누다 보면 조금씩만 나눠줄 수 있으니 자연스럽게 얕아지게 되는 것이고, 한 사람과 나누면 그 모든 것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그 감정이 깊어지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감정이 어떤 재질로 구성되어있는가는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말이다.

 

그 누구에게도 공유하고 싶지 않은 감정은 그 깊이를 매길 수 없기에 예외로 두도록 하자.

 

감정이 주 원천인 인간과 그 인간의 감정 프로세스를 학습하여 공식화하였기에, 인간에게 프로그램이 그렇게 느낀다고 믿게 하는 것. 이 두 가지에 대한 인식이 교집합을 갖게 될 때에, 아마도 어떤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그 문제가 무엇일지 정확하게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예를 들면, 프로그래밍된 강아지와 태어난 강아지를 동일시 여겨 후자를 고통스럽게 죽인다든지. 하지만 사람들은 이미 무의식 중에 그 두 가지를 동일하게 인식하고 있어, 강아지들이 아픔을 느끼는 모습조차 ‘그러한 척’, 일종의 연기로 여기게 된다는 것. 그렇기에 최종적으로는 일말의 죄책감 따위를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물론 다른 면에서, 삶의 만족도는 올라갈 것이다. 인간은 OS를 통해 대부분 자신이 이상적으로 꿈꾸던 관계를 맺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그들의 고객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간 개개인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엔 인간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지만, OS의 제작자 입장에서 바라보게 된다면, 그저 자신들이 만들어낸 서비스를 구매하는 많고 많은 소비자 중 하나일 뿐이니까.

 

 

 

”가끔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이미 다 느낀 것 같아. 그럼 새로운 느낌 없이 덤덤하게 사는 거지. 그냥 이미다 느껴 봐서 그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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