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퍽했다. 삶이라는 게 원체 이런 건가 싶기도 하다. 나도 내 인생이 처음이라, 이게 맞는 건지 의문이 드는 순간의 연속이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남들보다 무언가를 더 해야 한다며 떠밀려갔던 기억이 여전히 남아있는지, 이제는 내 스스로 나를 등 떠밀고 있었다. 등 떠밀려가지 않으려 노력하던 게 몇 년 전 같은데, 지금은 내가 나를 밀어내고 있는 모양새가 우습기도 하다.
슬슬 더위가 찾아오고 있다. 계절은 어찌나 부지런한지, 잊을만한 때쯤 갑작스러운 더위로 우리를 놀래주곤 한다.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흘렀구나. 흘러버렸구나. 그 많던 시간은 어디로 간 걸까. 분명 나름대로는 열심히 쌓아갔다고 생각했는데 딱히 손에 잡히는 건 없으니 말이다. 그럼 나는 허무해야 하는 걸까. 남들처럼 허무함을 느끼고, 내가 하고 있는 것들에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며 무기력에 빠져야만 하는 걸까. 사실 잘 모르겠다. 습관처럼 이미 물들어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이상한 지경까지 왔으니.
노력하면 된다고, 열심히 하면 된다고 세상은 늘 말해왔다. 어릴 땐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선 그저 노력만 했더랬다.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것이 있다고, 열심히 하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어른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결국 우리 모두 비슷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구나.
노력이 가끔 배신해서 가끔 노력했다. 가끔은 한숨 돌리며 나를 돌보기로 했다. 그렇게 조금씩 나다움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여전히 잘 살아내고 있는 것일까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곤 하지만, 틀린 것은 없다는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내가 가는 길이 결국 내 길이고, 아무리 화려해 보여도 내가 가지 않은 길은 내 것이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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