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노트/생각노트

무관심이 따뜻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by 이 장르 2021. 6. 15.
728x90
반응형

 

 

인생은 원하는 대로 흘러가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가끔은 원하는 대로 흘러가주길 바라보기도 한다. 나만의 욕심일까 싶다가도 나만 그런 게 아닌듯해 아무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뱉어본다. 그러다가 또 이런 내 모습에 부끄러워 시선을 하늘 구름 뒤 저편으로 던져버린다.

내가 운이 없는 걸까. 남들은 너무나 쉽게도 해나가는 것처럼 비치는 것들이 나에겐 왜 이리 무겁게만 느껴지는 건지. 이렇게나 매번 걸려 넘어지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매 순간 조그마한 돌멩이에도 걸려 넘어지고 있다. 그래서 이미 나의 팔다리는 상처로 채워져있는걸.

그렇다고 해서 또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것도 안한 채로 움츠려있을 수만은 없었다. 야속하게도 시간은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고, 나는 그 시간을 붙잡을 수 없으니. 가장 먼저 상처의 경험이 떠올라 끊임없이 굽어지는 허리를 의식적으로 곧게 펴보기로 했다. 두려워도 두렵지 않은척하면 정말 두려워지지 않을까. 막연한 의문에서 시작한 당당함은 그렇게 지금까지 나를 지탱해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럴듯한 모양새를 하고 있는 나의 태도가 진짜처럼 보였던가. 나의 상처가 누군가에겐 멋들어진 타투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떻든, 나는 나 자신이었나 보다. 오롯이 나 자신일 때, 내가 나를 그대로 마주할 수 있을 때, 나는 빛이 날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아무도 없는 순간을 바란 적이 있다. 그저 나 홀로만 존재할 수 있는 그런 곳을 갈망한 적이 있다. 누군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그런 곳을 끊임없이 갈망해왔다. 하지만 그런 세상은 어디에도 없었고, 벗어나고만 싶었던 시선들은 내가 무너질 때마다 나를 더 짓눌러왔다.

그래서 무관심이 따뜻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무관심이라는 게 그 사람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어른이라는 나이에 가까워지면서 깨닫게 되었다. 사람들이 서로에게 관심이 없는 척하는 것은, 그들 나름대로의 배려였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나도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겠지.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