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여름이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대차게 쏟아지던 비도 어느샌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봄에서 여름으로 옮겨가는 계절 속에서 마주했던 파란 하늘에 설렘을 느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얼마나 지났다고 또 익숙해져 버린 걸까.
자극적인 것들이 이제 더 이상 대수롭게 느껴지지 않을 때 즈음, 딱 그때가 익숙해지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그러고 보면 무더운 날씨도 무뎌지긴 했다. 얼마 후 더위가 한창 질려올 때 즈음 찬바람이 그 지루한 틈으로 비집고 들어오겠지. 이렇게 무언가에 무뎌질 때 즈음 또 다른 새로움이 찾아오겠구나.
새로움이란 게 별거 있나. 그저 낯설게 느껴지는 게 새로운 거지. 여름밤의 공기는, 아니 조금 더 시간이 지난여름의 새벽 공기는, 내가 그 속에 있다는 자체만으로 설레온다. 흔치않은 순간이기 때문일까. 몇 시간 전만 해도 북적거렸던 도심이 공허해지고, 그곳으로 들어서는 내일의 공기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뿜어낸다. 그렇게 너와 함께하는 이 순간이, 우리가 더 특별해진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걸.
언제부턴가 나의 플레이리스트는 낯선 이들의 대나무숲이 되어버렸다. 이들은 아무도 모르길 바라던,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 이야기를 정성스레 끄집어내고 있었다. 분명 누구나 볼 수 있는 글이지만, 그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아마도 이 부분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이렇게나 많은 이들이 어디에도 말 못 할 이야기를 품고 살아가고 있다.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딨겠냐마는, 또 이렇게 직접 마주하고 나니 새삼스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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