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의 연속이다. 후회를 하기 위해 태어나기라도 한 듯, 혹은 후회하는 것이 인간의 의무인 듯 우리는 끊임없이 후회하고 또 후회한다. 그렇게 후회를 했다는 사실에 부끄러워 어딘가로 숨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몸부림치다가도 어느샌가 또다시 그럭저럭 망각하며 살아지는 게 인생이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와 분리되어 살아갈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과거로부터 났고, 그 과거를 기반으로 현재를 써 내려가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의 현재 또한 순간마다 과거로 바뀌어가고 있으며, 그 속도를 따라가기란 쉽지 않다. 결국 우리는 과거의 주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과거에 종속된 존재라는 것이다.
빛나는 순간이 있다는 게 좋을 거라는 말에, 사실 나는 그럴 것이라고 쉽게 동의를 할 수 없었다. 빛나는 순간이 있었다고 해서 어둠이 찾아오지 않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으니 말이다. 오히려 그렇게 마주하게 된 어둠이 이전에 경험했던 빛과 너무나 대비되어 가라앉고 또 가라앉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그저 두려울 뿐이다. 결국 빛나는 순간이 삶에 도달했다는 말은, 후에 그 빛 뒤를 따라오고 있을 어둠을 견뎌내야 한다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과거로 인해 빛나면서도, 그로 인한 어둠에 삼켜져버리는 존재다.
알다가도 모를 삶이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어느 순간 과거에 붙잡혀 다시 그때의 기억으로 돌아가곤 한다. 내 과거의 주체가 나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후에 그 시기를 돌아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우리는 과거를 잊지만, 과거는 우리를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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