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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틀렸다.'
나를 위한다며 다가오는 모든 것들이 의심되기 시작했다. 호의를 호의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의심의 근원은 나 자신일까, 주변일까. 아니면 생존을 위한 본능일지도. 사실 단순히 호의일 수도 있다. 나의 모습은 그들의 경험에서 비롯된 기쁨과 연민 등의 감정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뿜어진 그들의 향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프다. 분명 그들을 마주하고 난 후로 누군가의 축복을 온전히 만끽하고 있지 못했다.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내가 틀리다 말하고 있다. 가장 믿었던 사람조차도. 그렇다면 정말 나는 틀렸던 걸까. 무언가 잘못되고 있음이 부정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그 누구도 나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들은 철저히 나의 주체성을 짓밟았다. 팔과 다리가 하나씩 떨어져 나가는듯했지만 필사적으로 꿈틀댔다. 이 외로운 싸움의 끝이 존재하긴 할까.
결국, 겨우 도망쳐왔던 곳에서도 스스로를 지켜낼 수 없었다. 모순적이게도 그 누구도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면, 위험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들의 기준에 맞춰지면 나도 평범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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