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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히 변하는 계절을 따라 공기의 향이 변하고 있다. 시간을 주로 그때의 향과 노래로 기억하는 편이라, 매 순간 돌아오는 계절의 향은 나의 기억을 머릿속에 스치기엔 충분했다.
가끔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추억에 젖어, 그땐 그랬지라는 이야기와 함께 지금 우리의 모습을 잠시 돌아보곤 한다. 우린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 우린 과연 그때로 돌아가고 싶을까. 그리고 만약 그 답이 그렇다 라면, 우리는 무얼 그리워하고 있는 걸까.
함께 보내야만 하는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 우리의 추억 때문일까. 그때와 달리, 이제 노력하지 않으면 함께할 수 없는 우리의 상황이 슬프게 느껴져서일까. 아니면 오랜 시간 세상에 치여 그 시간으로 숨어버리고 싶은 걸까. 그때의 순수함이라고 하기엔, 다시 지금 이 시간이 돌아올 때까지 지켜내긴 어렵겠지.
되돌아가도 바꿀 수 없는 결과가 있었다. 그때의 우리가 어렸기에, 때묻지 않았기에 그런 게 아니었다. 그때의 우리가 고이 품고 있었던 생각들, 그리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던 것들이 또다시 우리와 어우러질 테니. 바꿀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원망이라기보단, 우리의 선택에 후회를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는 안도감.
누군가와 함께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 있어 감사하다. 나의 시간에 너의 향을 얹어주어 고맙다. 가끔씩 꺼내 맡아볼 시간의 내음이, 또 다른 향을 마주했을 때 내가 그 향을 기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게 해주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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