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와 낙오 아닌 낙오가 되고 우리는 먼저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 숙소 옆을 따라 흐르는 강을 발견하고는 혜가 강가를 따라 산책을 하는 게 어떻겠냐며 제안을 했다. 산책을 좋아하는 나는 당연히 혜를 따라나섰고, 우리는 쌀쌀한 강바람 내음을 맡으며 강을 따라 걷고 있었다. 해가 지고 나서는 조금 더 쌀쌀해졌기에 그리 멀리 가진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억나는 것이라곤 그저 구름이 조금씩 걷혀 보이는 하늘이 이뻤다는 것, 우리 옆에서 흐르던 강은 에메랄드빛을 풍겨내고 있었다는 것 정도. 스위스에서 머물었던 시간은 유난히 짧았지만, 이런 스위스의 모습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눈에 담고 또 담았더랬다.
우리가 호수를 따라 거니는 동안, 어느새 저녁 먹을 시간이 다가왔다. 우리 뒤를 따라오던 일행들로부터 하나둘 숙소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우리도 산책을 이쯤에서 멈추고 저녁을 먹기위해 숙소로 발걸음을 돌렸다. 어제와 달리 오늘은 모두 함께 저녁을 만들어먹기로 했고, 어제 요리를 맡았던 사람들이 마트에서 장을 보고 오기로 했다. 우리는 최대한 서둘렀다. 이미 어제 스위스 빠른 마감시간을 경험한 터라, 스위스에서의 마지막 날인 오늘만큼은 풍성하게 먹고 싶다는 바람이었을 테지. 다행스럽게도 마트는 숙소에서 걸어서 5분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있었다.
어느곳이든, 그곳을 얼마나 만끽했든, 마지막은 아쉬운 법이랬다. 스위스의 끄트머리를 잡고 늘어지듯, 우리는 마트에서 샐러드, 치킨부터 맥주와 와인까지 조금이라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무조건 장바구니에 담았다. 배고픈 시간이기도 했고, 마트에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아쉬움이라는 감정이 더 크지 않았을까.
우리는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장 봐온 음식들을 빠르게 꺼내놓기 시작했다. 조리시설이라곤 전자레인지뿐이었기에, 요리보다는 조리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긴 했지만, 그래도 그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었다. 이곳은 금세 맛있는 냄새로 가득 찼고, 우리는 긴 테이블에 조리한 음식을 펼쳐두곤 둘러앉았다. 저녁을 먹으며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야기가 무르익을무렵, 희 언니가 대장님들에게 함께 저녁을 먹는 게 어떻냐는 제안을 했다.
“저희 진짜 같이 놀아도 되는 거예요? “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대장님들. 처음에는 이런 자리가 낯선듯하더니 이내 곧잘 적응했다. 사실 호칭만 대장일 뿐이지, 사실 우리 또래였다. 그럼에도 우리가 여행을 즐 길동 안 매번 고생만 하는 게 안쓰러웠다. 어찌 보면 다 같이 어울릴 수 있다는 게 여행의 묘미니까. 우리는 그렇게 이 밤이 아쉬워 새벽까지 스위스를 붙잡아두다가 다음날 맞이해야 할 루체른과 오스트리아를 위해 내일을 기약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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