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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록/2019 유럽 🇫🇷🇨🇭🇦🇹🇨🇿🇭🇺

유럽 2-6. 스위스 인터라켄 Switzerland Interlaken🇨🇭

by 이 장르 2021.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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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프라우를 소개하던, 터널 컨셉으로 꾸며져있던 길을 지나 기차를 타기 위해 늘어선 줄 뒤에 나란히 이어 섰다. 하늘이 조금만이라도 맑아졌으면 좋았을 텐데, 아무리 기다려도 융프라우 꼭대기의 눈보라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고 느낀 우리는, 일단 숙소쪽으로 내려가보기로 했다. 내려가서 저녁으로 뭘 먹을까 고민하는사이 빨간 기차가 우리 앞에서 섰다. 우리는 자리를 잡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고, 하얀 수염이 덥수룩한 직원분이 친절하게 다가와 표 검사를 시작했다. 형식적인 거라 다들 보여주고 직원분이 웃으며 초콜릿 하나를 건네주며 넘어갔는데, 갑자기 희 언니의 안색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언니는 가방을 다급하게 열어재끼기 시작했다. 거의 울듯한 표정의 언니는 십분정도 가방을 뒤적거리다가 이내 멈췄다. 누가봐도 어디선가 표를 잃어버린듯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결국 희언니는 벌금을 냈고, 직원분은 언니를 안쓰럽게 보더니 언니에게 초콜릿을 하나 내밀고선 다음칸으로 넘어갔다.

순식간에 일어난 당황스러운 순간에 다들 어버버하며 머릿속이 하얘졌다. 무슨 위로를 건네야 할까. 어쩌면 아무 말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던 찰나, 희 언니가 먼저 분위기가 왜 그러냐며 자신은 괜찮다고 너스레를 떨어주었다. 적지않은 금액을 벌금으로 내고서도 우리를 위해 괜찮다고 하는 언니에게 미안해졌다. 그렇게 뮤렌으로 향하는 기차안은 침울했지만 침울함을 티내지않고 흘러가고 있었다.

어떻게 지나쳤는지 모를 기차 밖 풍경을 뒤로하고 우리는 기차 밖으로 발을 내딛었다. 뮤렌에서의 하늘은 아까보다 조금 맑아져 구름 사이로 하늘색을 조금이나마 볼수있게 됐다. 꿀꿀한 기분은 뒤로하고 이곳의 풍경을 즐겨보기로 했다. 아무리 둘러봐도 현실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마치 사진 속 한 장면에 들어와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 이래서 다들 스위스를 오고 싶어 했나 보다.

어느방향으로 어떻게 찍어도 여행엽서에 나올법한 사진이 카메라에 담겼다. 하지만 아무리 셔터를 눌러보아도 내 감정까지 담아갈 수없다는게 마음한켠 아쉬움으로 남았다. 나는 셔터를 누르던 손을 멈추고선 잠시동안이라도 이 풍경을 카메라가 아닌, 눈에 담아 가 보기로 했다. 저벅저벅 발걸음을 따라 걸어가다보니 인스타에서 뮤렌 통나무라는 이름으로 유명하다던 나무 밑동을 발견했다. 사실 특별한 점은 없었다. 우리가 알고있는 나무 밑둥이었다. 하지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잘린 나무라도, 이 풍경과 함께라면 충분히 특별해질수있지않나 싶었다.

 

점점 맑아지고 있는 날씨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이곳에서 조금 더 머물어보기로 했다. 두리번거리다가 통나무로 만들어진 건물에 있던 카페를 발견했고, 그렇게 들어간 카페엔 우리뿐이었다. 따뜻한 커피를 한 잔씩 홀짝이며 뮤렌을 배경으로 삼고선 수다를 떨었다. 수다가 한창일때즈음, 조금늦게 출발한 일행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우리는 거의 도착해가는 일행들을 맞이하기위해 카페를 나와 기차역으로 향했다.

함께 기차를 타고 내려오는 길, 기나긴 여정을 마치고 이제 리프트같이 생긴 탈것을 타고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다들 빠르게 뛰어가길래 룸메였던 혜와 나도 함께 따라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이 타있는 리프트 쪽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자리를 잡았다. 놓치지 않았다는 생각에 한숨을 돌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한국인이라곤 혜와 나, 단둘뿐이었다. 일행들이 없어진지도 모르고 리프트를 향해 달려왔던 것이다. 어차피 곧 만날 테니 혜와 나는 먼저 숙소에 가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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