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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록/2019 유럽 🇫🇷🇨🇭🇦🇹🇨🇿🇭🇺

유럽 2-8. 스위스 루체른 Switzerland Luzern🇨🇭

by 이 장르 2021.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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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한 룸메들 덕에 6시부터 울리는 알람을 들으며, 눈틈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빛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방 여기저기서 분주하게 준비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나도 주섬주섬 정신을 챙겨 몸을 일으켰다. 우리는 1층 로비 인포메이션 왼쪽으로 펼쳐져 있는 테이블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조식은 간단한 뷔페식으로 되어있었고, 우리는 총총거리며 접시를 들고 줄을 섰다.

가장 처음 눈에 띄었던 건 된장국이었다. 이 된장국의 밍밍함 대해서는 스위스로 이동하는 동안 이미 대장들에게 들었던 터라 다들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우리는 한식 대신 빵과 베이컨, 샐러드 조금을 접시에 담 아들 고선 어제 혜와 산책했던 강이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숙소의 1층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벽면을 통유리로 해둔 듯했다. 이쪽 테이블에서 앉아 밥을 먹고 있으니 유럽에서 브런치를 먹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 맞다, 여기 유럽이지.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간단히 커피를 마셨다. 은은한 커피 향과 함께 창밖너머 풍경을 감상하는 동안 체크아웃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는 방으로 돌아가 캐리어를 열어두고 주섬주섬 짐을 넣기 시작했다. 이동할때마다 벤을 타고 다녔기에 2주가 넘는 기간임에도 24인치 캐리어에 짐을 꾹꾹 눌러 담을 수밖에 없었다. 터질듯한 캐리어 위에 앉아 꾸역꾸역 지퍼를 닫고선 드디어 체크아웃할 준비를 마쳤다. 빠진 것이 없나 한 번 더 방 안을 둘러보다 커다란 창문 너머 보이는 풍경을 마지막으로 눈에 넣어보았다.

우리는 또다시 두 개의 차를 나누어 타고 출발했다. 어느차에 타야 할까 우왕좌왕했던 이전과는 달리, 파리에서 스위스로 이동할 때 함께 했던 일행들과 같은 차로 들어갔다. 우리는 오스트리아를 가기 전, 루체른이라는 곳을 들르기로 했지만, 여전히 흐린 날씨에 루체른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걱정을 뒤로한 채 이내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은듯했지만 벌써 루체른에 도착했다. 역시나 루체른의 하늘은 구름이 가득 메워져 있었고, 우리는 여기서도 구름 뒤 하늘을 보지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이 직감적으로 들었다. 뭐 어쩌겠는가. 우리는 차에서 내려 대장을 따라 슬픈 사자상이 있는 곳으로 갔다. 슬픈 사자상을 보는 동안 화장실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우리가 있는 곳 오른편에 있던 화장실을 발견했고, 별생각 없이 화장실에 다다랐다.

 

화장실 문을 여는순간 내가 생각했던 화장실의 모습이 아니었다. 분명 화장실이 더러운 건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 눈앞에 펼쳐진 화장실은 마치 우주선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화장실을 다녀온 후 애매한 표정을 하고 있던 우리를 보며, 대장은 그 표정이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는 듯 웃었다.

조식을 먹었지만 이동하는 동안 입이 심심해진 우리는 서브웨이에 가서 샌드위치를 먹기로 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서브웨이를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첫 서브웨이를 유럽에서 먹게 될 줄이야. 우리는 샌드위치와 초코칩 쿠키를 주문했다. 샌드위치는 담백했으며, 초코칩 쿠키는 쿠키에 박혀있던 초코가 적당히 녹아 달달하고 맛있었다.

우리는 서브웨이를 나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어딘지모를 오르막 길로 향했다. 그저 발걸음 닿는 대로 가다 보면 의외의 풍경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나는 카메라를 한 손에 들고 셔터를 눌러댔다. 분명 사진을 찍고는 있지만 나조차도 무얼 찍고 싶었던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 사진들을 다시 보고 있노라면 그때의 여행이 순간순간마다 담겨있어 그때 그 순간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곤 한다.

걸어가다 보니 조그마한 가게에 두세 명 정도의 직원이 케밥을 만들어주는 가게가 보였다. 배고프진 않았지만 맛은 보고 싶다는 모순적인 마음에 케밥 하나를 주문했다. 그렇게 받아 든 케밥은 두 손으로 들어야 할 정도로 커다랬다. 케밥을 잘라 하나씩 집어 들고선 우리는 그렇게 루체른을 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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