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의 기록/2019 유럽 🇫🇷🇨🇭🇦🇹🇨🇿🇭🇺

유럽 2-5. 스위스 인터라켄 Switzerland Interlaken🇨🇭

by 이 장르 2021. 8. 27.
728x90
반응형

융프라우로 가기 위해서는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기에 대기실에 앉아 기차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여유가 생겨 카메라에 담아뒀던 사진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카톡 알람이 떴다. 흐린 날씨 때문에 패러글라이딩이 취소됐다는 소식이었다. 취소될 것 같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확실히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으니 왠지 모르게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패러글라이딩 취소 여부를 확인하고 결정하겠다던 일행들도 기차를 타기 위해 표를 사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카메라에 담긴 사진 중 가장 잘 나온 사진을 한두 장 골라 핸드폰으로 옮겨 담고 선, 지금 출발하는 일행들에게 보냈다. 아마도 날씨가 맑지 않아 아쉬운 마음 또한 함께 묻어가지 않았을까.

곧 기차가 도착했고, 우리는 그 기차에 몸을 실었다. 앞에 있는 일행들을 급하게 따라가느라 사라진 여유를, 기차에 올라타 자리를 잡고 다시 되찾았다. 일행들과 설렘을 나누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무언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내 그 허전함이 희 언니와 진으로부터 비롯된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보이지 않은 둘을 찾기 위해 급하게 희 언니에게 보이스 톡으로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언니 어디예요?"

"아하하하 우리 기차 잘못 탔어 아핳핳"

희 언니의 특유의 웃음소리와 함께 북적거리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파리에서도, 이곳에서도 여행을 만끽하고 있는 언니였다. 초가 둘에게 어떤 기차를 타고 와야 하는지 간단히 설명을 해주었고, 희 언니와 진은 우리가 걱정할까 봐 간간이 자신들이 어디 있는지를 해맑은 표정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주었다. 생각해보면 누군가에게 이런 상황은 짜증 날 수도 있는 상황이겠지만, 희 언니는 이런 것 또한 새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이런 점에서 나와 희 언니의 여행에 대한 가치관이 잘 맞았다.

우리는 희 언니, 진과 정류장에서 만나 융프라우 꼭대기까지 이어져있는 계단을 올랐다. 한 발 한 발 나아갈 때마다 강하게 느껴지는 어지러움에 당황스러웠다. 분명 배가 고파서 그런 건 아닐 테고, 멀미도 아니었다. 아, 이게 고산증이란 거구나. 고산증이 이렇다더라는 두루뭉술한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실제로 경험해 본 고산증은 꽤나 낯설게 느껴졌다. 고산증 후기를 조금 남겨보자면, 공복을 유지하며 무리하게 다이어트했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나 혼자 경험한 게 아니었던 고산증은 우리가 계단을 오르는 내내 계단 옆 난간에서 두 손을 떼지 못하게끔 했다.

우리는 곧 휴게소 같은 곳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있었다. 통유리로 된 창밖으로 보이는 꼭대기는 모습조차 볼 수 없을 정도로 눈보라가 매섭게 몰아치고 있었다. 우리는 눈보라가 조금 멎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가서 사진을 찍기로 했다. 그동안 우리는 꼭대기에 도착하면 제공된다던 라면을 먹기로 했다. 우리가 표를 보여주고받아 든 주황색 컵라면은 육개장 컵라면과 비슷했지만 맛은 조금 달랐다. 물을 붓고 면이 익길 기다리며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바짝 잡아뒀던 긴장을 살짝 풀었다. 이렇게 이곳에서 옹기종기 모여 컵라면을 먹고 있자니, 새삼 우리도 한국인이구나 싶었다. 

등산을 한 것은 아니지만 산 정상에서 맛보는 라면은 언제나 옳았다. 바깥은 여전히 눈보라가 가로막고 있었다. 라면을 다 먹은 우리는 아무리 기다려도 멎지 않는 눈보라가 조금은 원망스러웠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스위스 깃발이 있는 정상에서 사진을 찍지 않으면 안 된다며, 하나둘씩 조심스레 눈보라로 향했다. 문을 여는 순간 눈앞이 새하얘지도록 눈보라가 앞을 가렸고, 놀란 마음에 몇 번이나 다시 문을 열고 닫았더랬다.

우리는 마음의 준비를 다시 하고 선 문을 열고 희미하게 보이는 스위스 국기를 향해 달려갔다. 어떻게 눌렸는지도 모를 카메라 셔터를 수없이 누르고 나서 도망치듯 문 안으로 들어왔다. 정신 차려보니 우리의 머리와 어깨 위에 언제 쌓였는지 모를 눈덩이가 올려져 있었다. 

 

우리는 내려가는 기차를 타러 가기 위해 계단으로 향했다. 올라올 때와는 다르게 기념품을 구경할 여유와, 꾸며져 있던 여러 공간들도 구경했다. 같은 공간인데도 올라가는 것과 내려가는 것의 차이가 이렇게나 날 일인가 싶었지만, 그런대로 신기한 경험이었다. 구경을 마칠 때 즈음 기차 레일이 보였고, 레일 옆쪽으로 늘어서 있던 사람들 뒤를 이어섰다. 그렇게 우리는 또다시 기차에 올라탔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