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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여운

영화 ::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 후기

by 이 장르 2020.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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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선라이즈’, 어쩌면 여행자들의 로망.

 

영화에 대한 과제를 할 때면 주로 그 영화의 OST를 들으며 하곤 하는데, 이번 영화의 OST인 ‘Kath Bloom-Come Here’을 듣고 있자니 마치 여행지에서 여유롭게 노을을 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코로나 이전,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었던 때에 이 노래를 알았더라면, 지금쯤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여행의 순간들이 내 머릿속을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겠지.

 

한정된 자원은 인간을 더 절실하게 만들곤 한다. 시간은 더욱이, 더 말해 뭐하랴.

 

한국과 다른 외투를 두르고 있는 장소에 발을 딛게 될 때면, 한국과 떨어진 거리에 비례하여 현실감 또한 줄어들곤 한다.

 

서로 너무나 다른 남녀가 만나, 하루라는 시간을 비엔나에서 함께하게 되면서 낯선 환경과 분위기가 얼마나 그들을 설레게 했을까.

 

낯섦에서 오는 특유의 감정. 이게 얼마나 두근거리는 일인지.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것에 대한 설렘인지, 아니면 다신 올 수 없는 순간에 대한 조급 함인 건지.

 

그들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다시 만난다 해도 첫 만남의 설렘과 같을까.

 

 

 

인생이 서투르다는 것을 받아들이도록 해요.

내면의 평화를 찾을 수만 있다면 타인과 진실된 교류를 할 수 있을 거예요.

 

 

스스로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아마도 인생을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완벽하지 않은 세상을 만들었고. 우리는 각자의 삶을 그런대로 꾸려나가고 있다.

 

완벽하지 않기에, 우리는 ‘우리’가 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이 이상한 생각 때문인 것 같아. 난 나 자신이 누워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노파라고 생각돼. 내 인생은 그 노파의 기억 같은 거지.”

 

“난 늘 내가 13살짜리 꼬마라고 생각하거든. 어떻게 해야 어른이 되는지 잘 모르는 꼬마 말이야. 그래서 인생을 사는 척하면서 어른이 돼야 할 때를 대비해 메모를 해두는 거지. 중학교 때 학예회를 앞두고 드레스 리허설을 하듯이 말이야.”

 

서로 다른 환경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다양한 사람들.

각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는, 상대에겐 꽤 흥미롭기도, 가끔씩 충격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다만 솔직한 심정으로 고백하자면, 난 내가 정말 잘하는 게 뭔지 아는 상태에서 죽길 원하는 것 같아. 그냥 좋은 가장이 되는 것보다 내가 남들보다 월등히 잘하는 게 있다는 걸 알고 싶은 거지.”

 

 

인생은, 태어나서 부여받은 달란트를 찾아내어 사용하는 일련의 과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자신의 달란트를 찾아내려 시도하지 않으면, 그것을 사용해야 하는 시기에 정작 할 수 있는 것들이 사라져 무기력해지는 것. 그것이 인간의 숙명이 아닐까 싶다.

 

늘 불안한 인생이다. 불안하다는 것은 곧 가능성을 뜻한다고는 하지만, 세상살이가 처음인 나에겐, 가끔은 그것이 버겁고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나이가 들면 나이를 따라 자연스레 어른이 되는 줄 알았지만, 어른이 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역설적으로 조금 더 무기력했던 나날들을 보내지 않았나 싶다.

 

알 수 있을까. 알게 될까. 질문의 연속에서 구부러진 끄트머리를 반듯하게 펴내기 위해 얼마나 더 노력을 해야 하는 걸까.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모든 일이 좀 더 사랑받기 위한 것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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